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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대머리가 되었다. 1부

by 채PD

1.

아~~악!! 이게 뭐야! 내 머리카락 어디 갔어!!”


아침에 눈을 떠보니 대머리가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이 빠진 게 아니다.

그냥 통째로 사라졌다. 통째로!


병민은 자신이 자는 동안 누가 몰래 삭발을 해버린 건가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흔적은 전혀 없다.

게다가 모공까지 싸~그리 뽑혀버린 것처럼 머리가 완전히 반짝반짝하고 민들~민들 해져버렸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크리링처럼 돼버린 것이다.


“으.. 이게 뭐야..”


병민은 머리숱이 엄청 많았다.

동네 미용실 원장은 숱 치느라 가위질을 두 세배는 더 해야 한다며 미용비를 더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많고, 풍성하고, 윤기나던 머리카락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거다.

통째로! 무슨 요술처럼!!


2.

“머리카락이 통째로 사라졌다고요?”

“네, 자고 일어나니 다 없어졌어요.”


“자는 동안 누가 깎아버린 거 아닐까요? 평소에 누구에게 원한 산 일 없어요?”

“그런 건 전혀 없다구요! 그리고 머리를 삭발한 흔적도 전혀 없어요!”


“음.. 정신과에 가보는 게 어때요?”

“...”


병원에 오기 전 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누가 믿겠는가?


아.. 정말 미쳐버리겠다.

이제 겨우 29살인데 대머리라니..


안 그래도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는 족족 탈락이어서 가뜩이나 우울하던 판에..

나 같은 불우한 취업 준비생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일단 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내일부터는 나도 나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부랴부랴 가발 가게로 갔다.

이러다 면접이라도 오라고 하면 정말 큰일이다.


머리카락이 단 한 올도 없기 때문에 모자만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된다.

가발을 써야 한다.


싸구려 가발들을 모아서 파는 동네 가발 가게에 들어가서

그나마 가장 괜찮아 보이는 가발을 하나 골라 썼다.

웃프게도 쓰고 보니 생각보다는 꽤 잘 어울렸다..


“오,, 요즘 가발 잘 나오네.. 이런 헤어스타일도 진즉에 해볼 걸 그랬네..

가 아니라. 진짜 돌아버리겠네, 어휴~”


3.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는데도 의외로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뭐..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행이다..


...


머리가 없이 지낸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머리가 없으니 나름 편한 것도 있었다.


우선 세수하면서 머리까지 닦으면 한 번에 오케이인 게 가장 편했고

머리를 말릴 필요도 없으니 그만큼 샴푸도 비누도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

이발비가 절약되는 것도 장점이고

또 지금처럼 찌는 여름엔 시원하기도 하고,

또.. 또..


“아아~~~ 그만~~!!!”


대머리의 좋은 점을 찾고 있다니!!

대머리에 적응해가는 내 자신이 너무 저주스러웠다!


너무너무 열이 받아서 내 민머리를 손바닥으로 확 후려쳤다!!


“짜~~악~~~”


그때였다!


손바닥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응? 뭐지?”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이럴 수가!


손바닥엔 500원짜리 동전이 하나 짝 달라붙어 있는 게 아닌가?!


“머야 이거..

언제 손바닥에 붙었지??”


“...”


혹시나 해서 이마빡을 손바닥으로 다시 한 번 세게 후려쳐봤다.


“짜~~악~~~”


손바닥에는 또다시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착 달라붙어있었다.


“... 이거 봐라?


대머리가 된 대신

이마빡을 후려치면 500원이 생기는 마법 같은 보상이 따라왔다.


- 2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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