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새끼가 삭발하고 와서 헛소리하고 있네,
개그맨 되기로 한 거냐?
중이 되기로 한 거 아니였어? 흐흐흐”
”그래.. 이걸 누가 믿겠냐..“
갑자기 머리가 사라진 것도, 이마빡을 때리면 500원이 손바닥에 붙어서 나오는
좀 병신 같지만 마법 같은 일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이게 골 때리는 게 누가 보면 또 효과가 없다.
방구석에서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이마빡을 세게 후려쳐야만
500원이 손바닥에 달라붙어서 튀어나온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친구 형석이 놈은
"그게 진짜라면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벽만 보고 머리빡만 치면 돈이 쌓이는데, 세상에 이런 행운이 어디 있냐?
이제 어디 취직자리 알아볼 필요도 없는 거 아니냐!, 당장 집에 가서 벽 보고 대갈빡이나 쳐라!“
면서 평생 일 할 필요 없겠다고 부럽다며 배를 잡고 숨넘어가게 웃었다.
”마빡을 치면 돈이 나오는 행복한 대머리 아저씨! 아 졸라 부럽습니다~ 크크크큭“
”...“
"병민아. 헛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
음.. 열받는데 이게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2.
108만 원.
일주일 내내 방구석에서 이마빡을 쳐대고 얻은 금액이다.
자취방 한구석에 500원짜리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덕분에 이마가 새빨갛게 변해 버렸다.
친구 형석이 놈이 한 말대로 마빡을 치며 돈을 버는 게 우습기도하고 슬프기도 했다.
일주일 내내 방구석에 틀어박혀 손박닥으로 머리를 때리면서 몇 가지 알아낸 점이 있었다.
우선 살살치면 동전은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스피드와 힘을 주고 때려야만 보상이 따라 나온다.
특히 소리가 크게 나도록 때리는 게 중요하다.
가끔 아주 세게 때리면 동전이 두 개, 그러니까 1,000원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세게 후려쳐야 해서
한 대 맞으면 어질어질하고 또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연타를 못 때린다.
그러니까 차라리 500원어치 두 번 맞는 게 낫다.
손목도 양손을 이용해서 하는, 이른바 마빡이 타법을 터득해서 처음보다는 빠르게 보상을 얻는 요령도 생겼다.
그렇지만!!
원룸 방구석에 틀어박혀 하루에 수백 번이 넘게 대머리를 치고 있으면 현타가 아주 쎄~게 온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냐.. 어휴..“
대갈빡에 얼음찜질을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이렇게 머리 때리면서 동전이나 모을 때가 아니야.“
3.
[탈다모] 탈모인들 다 모여라!
국내 최대의 탈모 커뮤니티인 탈다모.
머리가 빠져 고민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러봤을 탈모 갤러리다.
"여기라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병민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다.
"음.. 머리가 빠져서 고민인 사람이 정말 많구만.."
프로페시아, 프로스카, 미녹시딜과 같은 전문 의약품부터
삼푸, 영양제, 민간요법, 두피 문신, 가발 착용 등등.
병민은 자신이 전혀 몰랐던 신세계를 만나고 있었다.
[저도 머리가 갑자기 사라져서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이거 말해도 믿을 사람도 없고..ㅠㅠ]
병민은 무심코 [탈모 톡톡] 에 푸념글을 타이핑했다.
그런데!
톡을 남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쪽지가 도착했다!
"머리가 갑자기 다 사라졌다고요? 빠진 게 아니라?
님.. 아무래도 [훌렁살]을 맞으신 듯.."
ID _ 궁금하면 500원
이.. 있었다!
내 증상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런데
훌렁살이 뭐지??
- 3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