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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Feb 10. 2022

후회가 없는 선택은 없다.

후회를 인정하는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먼저 할 것인가 아니면 밥을 먼저 먹을 것이냐에서부터 무슨 옷을 입을지 누구를 만나러 갈지 하는 사소한 선택부터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 (직업, 결혼 등)에 이르기까지.
후자의 경우,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신중히 결정해야 하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당시에는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선 세상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2018년 5월 나는 가슴 아픈 선택을 했어야 했다.병세가 나빠진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 그 당시 엄마는 소뇌위축증으로 3년의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1년 정도 같이 살면서 케어를 했지만,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후 소변줄과 콧줄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것들을 그 당시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보다 전문적인 케어를 할 수 있는 요양원에 맡기기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 나의 스트레스는 정말 극에 다 달아 있었고 엄마의 아픈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화만 냈다. 그로 인해 나, 아빠, 엄마의 관계 또한 나빠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몸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져야 상황이 나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에 엄마를 맡겼다. 처음에는 2~3달 길면 5달 정도 있다가 집으로 다시 모셔오려 했지만 엄마의 상태는 더 안 좋아졌고 결국 더 먼 요양병원으로 옮겨야만 했다.

<삶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좋았던 선택인지 안 좋았던 선택인지 결정이 되잖아요, 자기가 내린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고 싶었을 거예요. -엄마는 아이돌, 박진영->
요즘 핫한 엄마는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이 한 말이다. 삶의 모든 선택은 선택 후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결정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던 그때가 생각났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결과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다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였기에 가슴이 미어졌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까지 더해져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또 다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겠노라 다짐하며 매일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요양병원을 오가며 엄마를 만났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그날이 엄마와 만나는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것, 근육이 수축되어 굳은 다리를 조금이라도 펼 수 있게 마사지를 해주는 것 등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그동안 화만 내고 제대로 케어를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엄마가 말을 못 하게 되었기 때문에 당시 엄마의 마음은 알 수가 없지만 나의 진심이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전해졌길 바란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여행을 간지도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간다.엄마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만약, 병원에서 퇴원한 후 요양원 대신 집으로 엄마를 모셔왔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진 효녀 심청이처럼 자신 있게 엄마를 당연히 집으로 모셔오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 말하고 싶지만 나는 심청이가 아니다. 그때의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기에 아픈 엄마를 보듬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모든 것들이 다 싫었고 왜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하늘이 무진장 미웠다.집으로 데려왔었어도 며칠은 애를 쓰며 잘해주려고 노력은 했었겠지만, 그 후에는 똑같이 힘들다며 투덜거렸을 것이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그곳을 오고 가며 미안한 마음도 컸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었기에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다시 품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번 뿐이라 한번 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고, 그 결과 역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나 좋은 것이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걸어오는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선택한 길을 걸어오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인생의 값진 경험이라는 것을 얻었을 테니 말이다.

지나온 시간, 과거를 후회하기에는 앞으로 가야 할 미지의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의 닥칠 수많은 선택은 그동안 얻은 값진 인생의 경험을 나침판 삼아 고민하고 나 아가다 보면 반드시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선택은 번호를 찍어 맞추는 사지선다형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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