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7시간 걸은 여자야!
’ 이럴 거였으면 새벽에 다 걸을껄‘
회식에 간 아이아빠가 들어올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매일 걷는 4시간 20분 중에 이제 겨우 두 시간 걸었는데 감감무소식이라 걱정보다는 화가 났다.
아이들 저녁을 챙겨 먹이고, 씻기고 잠을 잘 준비를 다 마친 후 걸려온 전화 한 통.
남편의 번호로 걸려온 경찰관의 전화다.
“00 경찰서 누구인데요, 남편분이 모택시회사 앞 지하차도에 잠들어계셔서요. 데리러 오실 수 있나요? “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고 큰아이에게 당부한 후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 내내 비틀비틀 아주 가관이었다.
‘아우, 저 인간!‘
이제 계단만 올라가면 집에 도착한다.
‘애들을 재우고 두 시간만 걷고 와야지.’ 하는 순간!
남편은 계단에서 큰 절을 하며 넘어졌고 머리를 박아서
피도 났다.
‘아우, 진상중의 이런 진상이 없네.’
겨우 또 일으켜서 올라가게 했는데 이런!
굳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될 본인이 먹었던 것들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화가 났다! 이 화를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재우고 9시 40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내가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신내동 우리 집에서 종로 4가까지 걸어갔다 왔다. 총 25.99km.
6시간 50분을 걸었다는 사실! 이러다 국토대장정까지 가능한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오는 동안은 배가 고파서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도 뚝딱 비우기도 한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무런 이벤트가 없었다면 그날의 나의 분노의 질주는 없었을 것이다.
허허,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 남편에게 일단 고마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