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독일 대학 풍경.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 많은 게 바뀌었다. 나도, 독일도.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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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과정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중,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럽에 들이닥쳤습니다. 2020년 1월,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것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3월, 와이프와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독일은 코로나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단 2박 3일 만에, 마트에서 휴지와 파스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독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독일도 더 이상 코로나 팬데믹 안전지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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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코로나 집단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한 독일은 3월 초 코로나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3월 중순 독일 전역으로 코로나 확진이 확인되며 3월 말에는 록다운, 코로나로 인한 폐쇄조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너무나 안일했던 생각이었는데요, 그렇게 폐쇄조치가 심해지고, 기간이 늘어가면서 그제야 코로나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는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대응 속도도 한국과는 너무 달랐지만, 점차 독일 역시 도시 전체가 조용히 멈춰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학 캠퍼스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죠. 단순히 캠퍼스에 사람이 없어졌다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독일 대학의 모습도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한 것이죠.


코로나로 인한 폐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대학의 강의 역시 모두 중단이 되었습니다. 강의는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교수님들은 녹화된 강의를 올리거나 실시간 줌 수업을 도입하게 되었죠. 과제로 대체된 시험도 있었고, 도서관조차 예약제로 제한된 인원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위해서는 직접 확인할 수 없었고, 미리 예약을 해서 카운터에서 대여와 반납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과제를 진행하거나 강의를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따라가기 위해 연관된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등 개인적인 공부를 함에 있어서 큰 제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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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가 되고, 직접 누군가를 대면하기가 힘들어진 상황. 이러한 불안감은 모든 이에게 큰 압박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갈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외출을 할 수가 없었고, 도로의 모든 것이 휑하게 비어 버렸습니다. 실질적으로 코로나에 걸리거나, 그로 인해서 아픈 적은 없었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넘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의 공포와 막연함은 심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모두가 그러했던 것처럼 저 역시 점점 더 깊은 고립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와이프와 함께였다는 것인데요.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아도,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 시기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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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외국인 학생이라는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 더 큰 장벽이 되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과제를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웠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늘어갔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힘든 시기였죠. 캠퍼스의 카페와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대화, 수업이 끝난 후 복도에서 이어지던 질문과 피드백이 사라진 세계에서,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와이프와 둘이었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저 혼자만 따로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주는 낯섦을 넘어서, 사람과의 연결이 사라진 세계가 더욱 낯설게 다가왔던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연구실이 폐쇄가 되어서 논문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였고, 그로 인해 졸업이 연기되는 등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저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언제나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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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코로나가 바꿔놓은 독일 대학의 풍경은 단순한 온라인 강의나 조용한 캠퍼스 그 이상이었습니다. 전통과 자율을 자랑하던 시스템은 위기 앞에서 예외 없이 흔들렸고, 그 틈에서 우리는 대학의 민낯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에게 이 변화는 학문적 도전뿐 아니라 정서적 고립까지 동반된 이중의 시험이었습니다. 변화는 빠르게 일어났지만, 적응은 그보다 훨씬 더디게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낯선 나라의 낯선 대학에서, 그 누구보다 조용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딜지 몰라 막막했던 그 시기,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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