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COVID-19는 단점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물론 COVID-19 팬데믹은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학생들에게 크고 작은 고통과 불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제한된 사회적 교류,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특히 학업을 진행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욱 큰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학업 일정이 뒤틀리고, 졸업이 연기되는 상황을 겪으며 깊은 좌절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막막함과 불안감에 휩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 저는 이러한 힘든 시기 속에서 뜻밖의 긍정적인 경험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달라지고 익숙했던 환경이 무너지는 가운데, 오히려 새로 생긴 환경 덕분에 학업과 생활에서 얻은 이점들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힘든 기억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가 제 석사 생활에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실질적으로 와닿았던 변화는, 모든 수업이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매일 왕복 두 시간씩 소요되던 통학 시간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몸이 피곤한 날에도 어김없이 캠퍼스까지 이동해야 했고, 그 시간 동안에는 따로 다른 일을 하거나 쉴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집에서 바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통학에 소요되던 그 긴 시간들을 온전히 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 5분 만에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었고, 따로 준비를 하는 시간도 사라지게 되었죠. 때문에 그 시간을 공부에 집중하는 데 쓸 수도 있었고, 혹은 평소 충분히 하지 못했던 휴식과 재충전에 할애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간 절약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저의 하루 일과를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아침에 느긋하게 준비할 여유가 생기면서 하루를 좀 더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정신적으로도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통학 시간이라는 ‘낭비되던 시간’이 사라지면서 저는 하루를 더욱 알차고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었고, 석사 생활 중 가장 바쁜 시기에도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공부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강의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였지만, 강의가 끝난 후에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강의 녹화본을 영상 형태로 업로드해 주셨습니다. 이 덕분에 저는 수업 시간에 바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놓친 내용이 있을 때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다시 강의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복잡하거나 어려운 개념들은 한 번 듣고 넘어가기에는 부담이 컸는데, 반복해서 영상을 돌려보며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강의를 들으면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볼 수도 있었기에 자기 주도 학습이 한층 수월해졌죠. 이처럼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은 언어적 장벽이 있는 외국인 학생으로서 큰 도움이 되었고,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학기 동안 강의를 다 듣고 난 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험입니다. 독일에서의 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나뉘는데요.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두 모여서 필기시험을 치를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수업이 온라인 구술시험으로 변환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술시험 역시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낯설고 긴장되는 시험 환경이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넉넉해져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시험은 시험장과 달리 집이나 익숙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조금은 완화되었고,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편법이지만 시험 전에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정리하고 텍스트로 만들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준비 과정은 제게 큰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실제 시험에서는 준비해 둔 내용을 참고하며 차분하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모국어처럼 완벽하지 않은 독일어라는 외국어로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서, 미리 답변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은 언어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어 저에게는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수업에서는 온라인 구술시험을 시도했지만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해 시험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연결 문제, 소프트웨어 오류, 혹은 플랫폼 사용상의 불편함 등 여러 요인으로 시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는데, 교수님들과 대학 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해당 과목은 조별 과제의 점수만으로 평가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이 덕분에 시험을 따로 치르지 않고도 수업을 통과할 수 있었고,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험을 치르는 경험을 통해 얻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런 유연한 대응 덕분에 저는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COVID-19 펜데믹으로 인한 대학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분명 불편함과 어려움을 동반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 석사 생활의 마무리를 보다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통학 시간 단축과 반복 학습 가능성, 언어 부담 경감, 그리고 예상치 못한 평가 방식의 유연성 등은 저에게 학업의 효율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학업과 개인 생활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는 앞으로 닥칠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