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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이모야의 덴푸라 정식

지치고 힘든 사람을 위한 수수한 위로


레스토랑_도쿄


지난 봄 도쿄에 다녀온 H의 기록 중 가장 궁금했던 곳이 ‘이모야’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호사스러운 튀김을 선보이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덴푸라는 서민 음식이었다고 한다. 간단하지만 푸짐하고 비싸지 않는 밥을 먹으러 진보초 역 근처 이모야로 향했다. ㄷ 자로 놓인 카운터,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뜨거운 차를 따라주고, 밥을 푸고, 채소와 해물을 튀겨 내느라 바빴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 있는, 좀 더 젊은 직원이 함께였다. 커다란 밥솥에서 밥을 퍼주는데 ‘양이 너무 많다” 했더니 이미 푼 다음이라 덜어내지 못하고 약간 당황하신 모습. 일단 밥을 받아놓고 튀김을 기다렸다.


 두 가지 정식이 기본, 덴푸라 정식에는 새우와 오징어, 보리멸, 호박과 쑥갓을 튀겨 준다. 원하는 튀김을 단품으로 먹을 수도 있다. 깨끗한 새 기름에 튀김옷을 묻히듯 살짝 입혀 잠시 넣었다 꺼내는 비싼 집의 덴푸라와는 다르다. 여러 번 사용한 기름에 튀김옷 부스러기를 연신 건져야 하고 튀김옷도 훨씬 두껍다. 그렇다고 지저분하거나 맛없다고 말할 수 없다. 작업대는 깔끔하고 아저씨는 연신 주위를 정리한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은 나름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퇴근길의 지친 중년의 샐러리맨, 인부복을 입고와 헐레벌떡 밥을 먹고 달려나가는 젊은이들, 쉬러 떠나왔는데 막상 잘 못 쉬겠고 여전히 몸과 마음 무거운 우리 두 사람. 흰쌀밥에 된장국, 700엔 덴푸라 정식과 900엔 새우튀김 정식은 투박하지만 든든했다. 밥이 많은데, 남기면 안될 거 같아서 꾸역꾸역 먹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Nighthawks’를 일본으로 가져온다면, 이날 저녁 이모야의 풍경 아니었을까. 목도 메고 마음도 메고. 기분이 이상한 저녁이었다.


근처에 돈까스 파는 ‘이모야’도 있고 텐동 파는 ‘이모야’도 있으니 꼭 덴푸라 파는 ‘이모야’로 찾으시길.


 神田 神保町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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