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에 처음 나오는 우리 문명의 증거가 바로 빗살무늬토기입니다. 이런 조상의 DNA가 피속에 자리잡은 저는 그릇을 쓰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 중 하나죠.^^
잡지 기자로 일 시작하면서부터 요리 촬영때면 업체로부터 그릇을 빌리지 않고 아예 제 돈으로 사버리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온 데다가 선물은 무조건 그릇으로 해달라고 주위에 부탁과 협박을 하고 여행과 출장 때에는 당연히 ‘기념품’으로 그릇과 주방용품을 사들였죠. 깨지기 쉬워서 무거운 그릇을 핸드캐리하느라 과장 조금 보태 디스크 생길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 살림에 필요한 그릇은 몇 개 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이 사모으는 것도 낭비일 테니 요즘은 자제하고 있지만 그릇을 볼 때마다 마음이….
그래서 요즘은 작은 접시를 삽니다. 어릴 적 소꿉장난에 쓰던 것처럼 손바닥만한 크기, 지름 10센티미터가 채 안되는 것들이죠. 한식상에서 장이나 조미료를 담는 종지, 서양 테이블의 버터접시나 소스 접시, 적은 분량의 음식을 코스로 내는 가이세키요리상이나 찻상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의 ‘마메자라(콩접시)’… 작고 가벼워 여행길 쇼핑에도 좋고 작은 부엌에 수납하기도 좋습니다. 화려한 색이나 장식, 재미난 모양을 고르면 평범하고 지루한 식탁에 재미를 줍니다. 그릇 가격은 꼭 사이즈에 비례하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브랜드나 작가의 큰 그릇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작은 접시 한두 개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마감 앞두고 그릇장 청소하다 문득 매일매일 밥상은 물론 디저트와 티타임에 바쁘게 등장하는 그릇들이 유난히 반가운 휴일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