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김혜린의 만화 <북해의 별>이 나와서 엄청나게 인기를 누렸다. 가상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역사물이었는데, 어찌나 멋지고 재미있던지, 언젠가 '북해'를 꼭 가보겠다고 생각했다. 춥고 활량하고 무섭고 사연 많은 바다. 그런데 이번 스페이사이드 출장길에 잠시 북해를 보게 되었다. 원래는 배를 타고 나가보는 일정이었는데 비 오고 바람이 심해 파도가 높아서 바다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지켜봐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름 바캉스 기간에는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휴양철이 지나면 쓸쓸해지는 작은 마을 로시머스(Lossiemouth). 이 마을에서 제일 유명한 작은 식당 '하버 라이츠(Harbour Lights)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날이 추우니 시작은 해산물에 크림을 넣어 진하게 끓인 차우더(Chowder), 작은 새우를 곁들인 쇼트 파스터를 애피타이저로 먹은 후 메인은 바다이니 해산물 플래터를 시켰다. 가자미와 고등어 등을 튀기고 새우와 게살을 곁들였는데, 간단하지만 양이 풍성해 여러 사람이 나눠 먹었다. 디저트를 건너 뛰고 바로 나온 것은 바다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엄청난 바람이 불고 날이 추워 지나다니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출렁거리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 와중에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날씨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역시 '꾼'들 뿐인가.
다정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바다가 아니라 거칠고 무섭고 위협하는 바다. 그럼에도 이상한 매력으로 보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바다. 넋 잃고 보고 있으려니 자꾸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서 서둘러 정신 차리고 빠져나왔다. 바다는, 자연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한, 짧은 2 시간의 바다 구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