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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작은돌배 Feb 05. 2020

일감을 받아 일을 해야 프리랜서지요

일감은 거저 들어오지 않았다

'맨 땅에 헤딩 하기’나 다름없던 ‘일감 찾기’


프리랜서 초년생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궁금해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의례 선배가 존재하기에 욕을 먹더라도 물어볼 수는 있지 않은가. 하지만 프리랜서는 철저한 홀로서기였기에 물어볼만한 선배가 없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일면식도 없는 데 어떻게 그들에게 접근을 할 수 있으랴. 그리고 어쩌다 그들과 접촉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어차피 물어봐야 알려주기나 하겠어?’ 지레짐작으로 이런 생각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참으로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일감을 찾을 수 있을까? ‘나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한 마디 말이라도 건넬 대상이 없었다. 어떻게 일감을 따낼 수 있는지 물어볼 대상도 없었으니, 대책 없이 시작한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여겨졌다. 

그래도 별 수 있는가. 기왕 시작한 일이니 찾아야 했다. 파악하긴 어려워도 분명 프리랜서를 애타게 찾고 있는 회사는 존재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가며 해결의 실마리가 될만한 단서들을 주워 모았다. 프리랜서 기자나 작가를 찾는 곳은 주로 기업 사보나 관공서 소식지 등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사보와 소식지를 찾아 헤맸다. 인터넷으로 찾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도서관 은행, 서점 등등 갈 수 있는 데는 다 찾아다녔다. 그러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사보를 한 데 모아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노트와 펜 하나 들고 도서관에 쭈그리고 앉아 사보에 관한 정보를 일일이 적었다. 사보 만드는 회사, 담당자 이메일 주소 등등. 이 정보만 있으면 내 앞 길은 환하게 열릴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은채 한나절 꼬박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도서관도 기웃거렸다. 사보를 만드는 회사에 관한 정보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어두운 밤길에 가로등 하나 더 밝힌 것 마냥 뿌듯했다. 



대책 없이 뛰어든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그렇게 며칠간 발품 팔아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해 보니, 전화번호와 이메일이 백 개가 넘었다. 사보 회사도 있었지만 기업체 홍보실, 관공서 공보실 등의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관없었다. 10개 중에 하나만 걸려도 10개 이상의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니, 이미 마음속으로는 일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이리저리 저울질하고 있었다. 10개 중 하나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생각했다. ‘이제 거둘 일만 남았군!’ 막연한 기대감이 허파에 잔뜩 바람을 집어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름 프로필도 그럴싸하게 만들었고, 일일이 문장을 조금씩 바꾼 장문의 메일과 함께 담당자에게 보냈다. 메일 주소를 찾지 못한 회사에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구두상으로 한 번 메일로 한 번, 총 두 번씩이나 어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오면 어떻게 감당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감을 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방법밖에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플랜 B, 플랜 C, 플랜 D 최소 이 정도는 구상해 놓고 시작을 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막연한 두려움이 머릿속을 온통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백지처럼 하얗게 지워져 버린 머릿속에 남은 건 두려움과 원망 그리고 고통뿐이었다. 보낸 메일함을 다시 확인했다. 혹시 주소를 잘못 기입했나? 아무리 확인해도 틀린 건 없었다. 그저 전화기만 부여잡은 채 며칠을 더 흘러 보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따낸 첫 일감 그러나...


며칠 아니 몇 주쯤 지났을까? 드디어 사보 회사 담당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모 회사 사보를 담당하고 있는데, 주말에 지방 취재 가능하겠냐는 내용이었다. 물론 메일을 보고 전화를 했다고, 일감이 많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두 건은 발생한다고, 잘 맞으면 꾸준히 일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일순간 걷히고 백지처럼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 ‘계획’이라는 녀석이 다시금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작 일감 하나 받았을 뿐인데, 첫 일감이라서 그런지 그때의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첫 일감은 알만한 사람은 다 피한다는 등산 취재였다. 회사 등반대회를 취재하는 일감이었는데, 3~4시간 정도 함께 등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집에서 집결장소까지 3~4시간은 걸리는 거리였고, 새벽 6시 집합이니 전날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 번 인연을 맺는 게 얼마나 힘들더냐. 분명 이 일은 나에게 기호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가득 차 있었기에, 걱정이나 의심 따위는 파고들 틈조차 없었다. 

그렇게 첫 일감은 등산과 함께 시작되었다. 3~4시간은 올라가는 시간이었고, 내려오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족히 5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취재였다. 평소 숨쉬기 운동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관리해온 몸이기에, 산에 오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몸소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일감은 그 회사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거래였다. 나름 최선을 다해 글을 써서 올렸지만,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뭔가 원하는 글 스타일이 아니었거나, 일감이 많지 않았거나, 담당자가 바뀌었거나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세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그 이후에 종종 한 통씩 전화가 걸려왔다. 꺼지지도 그렇다고 활활 타오르지 않은 불씨처럼 일감은 그렇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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