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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Sep 30. 2017

그냥 무작정 마냥 사랑받고 싶은 날,

"별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해?"

"[충분하지 않다]와 [전혀 부족하다]의 중간 정도야.
늘 굶주려 있었어. 나,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애정을 담뿍 받아보고 싶었어.
인제 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잘 먹었어. 그럴 정도로 한 번이면 돼. 단 한 번이면.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내게 그런 걸 주어본 적이 없었어.
응석을 떨면 내동댕이를 치고, 돈이 든다고 꾸중만 하고, 줄곧 그래 왔단 말이야.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
나에 대해 일 년 내내 100퍼센트 생각하고 사랑해줄 사람을 내 힘으로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나라고 한들 거기까진 바라지 않는단 말이야.
내가 바라고 있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인 것,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들어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이야.'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따위 것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진단 말이야.
내가 바라고 있는 건 그런 거란 말이에요."

"딸기 쇼트 케이크를 창문으로 내던지는 그것이?"

"그래요. 난 상대방 남자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지 않은 것쯤은 짐작했어야 했어.
난 당나귀의 배설물처럼 바보스럽고 무신경했어.
사과할 겸 다시 한번 무슨 다른 걸 사다주지.'"

"무엇이 좋지?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에서의 미도리와 와타나베의 대화



나는 요즘 유난히 외로운 가을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애꿎은 가을 탓을 하며,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렇게 외로웠던 시간.


선뜻 어떤 글도 쓰기가 어렵고, 어떻게 맺어내야 할지 몰라 의미 없는 글자들만 쓰다 지웠다 반복했던 나날들.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누가 물으면 '나 요즘 너무 외로워.' 하고 대답해야 할 것 같던 나날들.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내는 한숨에도 외로움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시선 끝에도 외로움이 맺혀있는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라도 나를 그냥 아무 조건 없이, 어떤 이유 없이, 무작정 흠뻑 사랑해줄 수 없냐고 말도 안 되는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다.


이를테면 오늘처럼 쓸쓸한 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혹시나 그의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그럴 리가 도통 없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계속 그의 차 번호판을 찾게 되는 것처럼.


너무 외롭고 힘들던 날, 그에게 전화해 전 남자 친구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은 밤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서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그였기에 오히려 눈물만 더 쏟았던 밤.


이제는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까 정말 괜찮을 것만 같아서 찾았던 그 길 위에, 온갖 기억들이 예고 없이 쏟아진 탓에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을 때, 누구라도 날 붙잡아주길 원했던 것처럼.


어느덧 서른도 넘어가고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도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마음속엔 누구나 어린아이가 존재한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유라도 떼쓰고 싶고, 앙탈 부리고 싶고,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마냥 사랑받고 싶은 마음.


어쩌면 우리는 그런 감정을 채우기 위해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만이 우리는 합리와 이성을 논하지 않으며, 순간과 끌림, 즉흥과 감성으로 움직이게 되니까.


그 마음이 아니면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비논리를, 어쩌면 가을이라 더 외롭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사랑 때문이어라.' 하고 탓하고 싶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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