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정확히는 끊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난 아주 헐거운 개념으로서의 중독 조차 경험한 적이 없으니 그냥 안 마신다고 해두겠다. 난 커피를 맛있다고 느낀 적이 단언코 없다.
유치원 시절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면 어머니 몰래 삼박자 커피통을 열고는 엄지와 검지로 프림을 단단히 쥐어 입속에 털어 넣곤 했다. 라캉 말마따나 인간은 금기된 것을 욕망하는 것일까. 그땐 왜 그리도 프림이 맛있게 느껴졌는지, 프림이 건강에 안 좋다며 커피통을 꼭꼭 감추던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면 난 어떻게든 찾아내 프림을 한움큼 입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결코 넘보지 않았던 금단의 영역이 있었으니, 그것은 (마시는)커피 그 자체였다. 그것 만큼은 수없이 어머니가 집을 비우더라도 결코 집안에 남아 있는 법 없이 늘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거나 싱크대 수챗구멍이 집어 삼켰다. 그리하여 한 유치원생의 가슴 속엔 성인이 되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커피 욕망이 마르지 않았으리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에서 늠름히 격언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고 느낀 실망감, 그 배신감을 기억할 수록 더 격한 공감을 일으켜주니 말이다. 대체 이 쓰디 쓴 물을 왜 마시는 걸까. 정말 맛있다고 이게? 난 믿기지 않았다. "이건 학습된 맛일거야. 결코 인간의 감각적 경험으론 맛있다고 느낄 수가 없는 수준이잖아."그런 의미에서 나는 적어도 커피에 대해선 지독한 합리론자였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결코 그 맛을 경험으로써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 속 어딘가에 내재한 커피 맛에 대한 본유적 관념을 사후적으로 깨닫는거라 여겼으니.
그로부터 또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전히 난 커피가 맛없다. 나아가 커피가 맛있다는 말도 여전히 나를 난감하게 한다. 하지만 그 대신 일상의 무기력에서 나온 그들의 볼멘소리에는 차츰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지친 하루를 버텨내고자 커피를 털어 넣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체념 어린 한탄을 공감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기야 역사를 거슬러 6~7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커피를 식용하게 되었던 것도 그 맛 때문이 아니라 카페인이 가져다주는 감각적 흥분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러니 커피는 그냥 맛있는 거라 해두자. 포도는 시어서 안 먹지만, 커피는 맛있어서 먹는거라고, 그렇다고 해두자.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적에 유튜브도 한 번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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