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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Jan 17. 2018

최고의 항체 스킨십

아이들에게 스킨십은 인성과 건강을 위한 최고의 항체

우리의 뇌는 감각을 통해 연결되고 활성화

스킨십, 접촉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피부가 뇌의 신경회로와 전방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부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감지되고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피부를 통해 뇌는 자극되고 정서적 안정, 뇌 건강,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나이가 들면 피부 감각의 수용체가 둔감해지고 뇌도 둔해진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피부는 거칠고, 차갑고 굳어지지만 안정적일 때는 그 반대다. 이렇게 피부는 뇌와 직접 연결되어 우리 온몸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준다.  뇌와 신체기관이 연결된 비율을 모형으로 만든 사람이 호문쿨루스(Homunclus)다. 뇌와 가장 많이 연결된 부분이 손과 입술 그리고 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문쿨루스(Homunclus) :  뇌와 신체 각부위별 연관성


접촉이 부족할 경우 뇌와 신체는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태아는 초기 자극에서 촉각 경험이 가장 먼저 시작된다. 인큐베이트에서 신체접촉 없이 2년을 보낸 아이는 두뇌 발달이 느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높았다. 하루 15분 마사지를 하면 미숙아의 체중이 47%나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신체적 접촉이 많은 사회에서 성인 폭력이 적다는 보고도 있다. 정신성적 안정, 존중감, 자신감, 대인관계에서 보다 긍정적이었다. 한참 뇌가 발달하고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접촉을 박탈해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차 세계대전 후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만들어졌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고아원은 좋은 시설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위생적으로 잘 보호했는데도 오히려 열악한 고아원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생존한 나머지 아이들조차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부진했다. 이러한 이유는 접촉이 발탁된 환경 때문이었다. 당시 고아원은 위생개념을 중시해서 아이들을 격리시켜 키웠고 직접 만져주며 돌봐 줄 인력이 부족했다. 한참 성장하고 발달할 시기에  감각적으로 상호작용하지 못한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감각적 결핍은 뇌에 엄청난 손상을 준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교수의 '수건 엄마'실험을 보면 접촉이 박탈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할로우는 원숭이 실험을 하는 도중 어미와 격리되는 새끼 원숭이가 우리 바닥을 덮은 천 수건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가짜 어미 실험을 생각해냈다. 한 살 미만의 원숭이에게 한쪽은 젖이 나오지만 철사로 만들어진, 한쪽은 젖은 없지만 포근한 수건으로 만들어진 가짜 엄마를 만들어 주었다. 이 아기 원숭이는 어느 쪽에서 지낼까? 몹시 배가 고플 때만 젖이 있는 철사 원숭이에 갔다가 대부분을 포근한 수건 원숭이에게서 지냈다. 사람뿐만 아니라 원숭이에게도 접촉은 절대적이었다. 이어진 다양한 실험에서 원숭이에게 다른 감각보다 접촉을 통한 감각적 결핍은 뇌에 엄청난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접촉이 통제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주변에 흥미를 갖지 못하거나 반복된 패턴의 행동을 하고, 어울리지 못하거나 어른이 되어도 아기를 돌보지 않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건강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젖을 먹는다는 것은 1차적으로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겠지만 새끼를 안아 빈번한 접촉과 함께 젖을 먹인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생물학적인 욕구보다 정서적인 안정이 마치 존재를 설명하는 듯하다.  

 

수건엄마와 젖꼭지가 있는 철사 엄마 


스킨십이 부족했던 2차 세계대전 후 전쟁고아의 비극은 루마니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루마니아를 공산주의 독재로 지배했던 차우세스쿠(Nicolae Ceausescu)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고 모든 여성에게 4명의 아이들을 낳게 했다. 어기면 벌칙의 세금을 내게 생긴 여성들은 강제로 임신을 하게 되었고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여러 명의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는 가난한 가정에서는 고마원에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아이들이 모인 고아원에서는 보모 한 명이 30명에 가까운 아이를 돌봐야 했다. 먹이기도 버거운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눈을 맞추고 안아주며 보호하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차우세스쿠 정권이 무너지고 여기에 수용된 아이들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의 상황은 매우 비극적이었다. 주변과 전혀 상호작용 못했고, 무감각했으며, 스스로를 자해하는 등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먹고 자고 생존만 했지 신체적 접촉과 상호작용이 없었기 때문이 이 아이들의 뇌는 전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탓이었다.  



접촉은 뇌를 자극하여 건강, 인지, 정서, 인성적 발달을 높인다

 신체의 접촉은 뇌를 자극하여 두뇌 발달뿐 아니라 인지능력과 정서적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마이애미 신체접촉 연구소는 엄마가 아이를 매일 마사지해주면 체중이 늘고 면역력이 증가하고 정서적 안정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많은 연구에서 신체적 접촉은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뿐 아니라 아픈 사람에게 마사지하듯이 신체적 접촉으로 문질러 주면 고통을 완화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의 생성을 자극해 통증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쓰다듬고 토닥이는 행동을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하는데 이때 아기나 엄마에게 모두 천국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이때 분출되는 것이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호르몬이다. 이런 호르몬은 신뢰와 안정감,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은 물론 불안과 우울증, 사회적 공포를 경감시킨다. 또한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으며 혈압상승을 막고 심장질환에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면역을 높이도록 신체가 반응하도록 한다. 쥐나 고양이 등 동물들도 스스로 그루밍을 하며 안정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촉각은 우리 몸에 가장 폭넓게 분포하여 뇌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태아 때부터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달하는 감각이다. 촉각을 통해 연결되는 뇌신경망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발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어린 영유아뿐만 아니라 성장한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이런 접촉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뇌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정서적 안정감도 가질 수 없어 욕구불만이나 분노, 집착, 폭력 등으로 불균형이 드러나기도 한다. 세계 400개 문화권을 조사한 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리스콧(James Prescott)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려서 아이를 만져주는 것이 일상적이고, 키스와 포옹 등 애정표현에 개방적인 사회일수록 폭력이 적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스킨십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장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주고 토닥여 주거나 마사지를 해 주면 정서적 안정, 주의 집중력, 학습능력을 향상되고 충동성과 공격성은 바로 줄어들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준 사진이 한 장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한 병원에서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난 브리엘이란 아이는 맥박, 혈압, 호흡 등이 경고 수치를 넘어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브리엘의 인큐베이터에 언니 카이리를 함께 넣어줬다. 언니의 손이 서서히 동생 브리엘의 어깨에 닿자 서서히 안정을 찾는 것이었다. 인큐베이터에 미숙하고 나약한 두 인간의 모습은 감각이 감각의 기능 그 이상임을 확실히 느끼게 해 준다. 역경 속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매일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만지는 것이다. 정서적 안전망은 마음을 담아 자극하고 연결되는 접촉에 있다. 이런 터치(Touch)가 공감을 만들어 내는 하이터치(High Touch)와 연결되는 것 아닐까? 안아주고 만져주는 것이 다양한 학습을 시키고 특별한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교육이다. 당장 주변을 살펴보자! 접촉이 많았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자기존중감을 말이다. 쉽게 안정적이고 스트레스에 강하고 자기존중감이 높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아이들을 안고 명상을 하자. 가끔이라도 엄마가 아이를 안고 젖을 줄 때 온몸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온전히 느꼈던 감사와 평온함을 느끼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느긋하게 아이를 안고 그 감각을 느껴보자. 아이와 부모,  그 누구라도 평화와 안정을 찾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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