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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May 09. 2019

제대로 숨 쉬는 것이 중요한 이유

호흡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돕나?

시골로 이사를 한 다음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깊고 자연스러운 호흡에 맞춰서 천천히 10분 정도를 걷는다. 걷기 명상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다. 숨 쉬는 것과 걸음을 맞추어 천천히 걸으면 평온하면서도 맑아지는 머리의 느낌이 그만이다. 


숨을 쉬는 것, 호흡은 우리의 신체적 건강, 감정, 기억, 인지 모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냥 숨 쉴 일이 아니다. 숨 쉬는 자신을 잘 들여다볼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천히 깊은 호흡에 코로 숨을 쉬는 것이다. 거북이, 고래, 코끼리의 공통점은? 수명이 길다는 것인데 공통적으로 천천히 느린 호흡을 한다. 사람도 아이 때는 배로 깊이 호흡하다가 어른이 되면서 점점 가슴으로 호흡하다가 호흡이 목에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짧아지면 목숨을 다한다. 호흡은 내버려 둬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의식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감정은 호흡에 영향을 주고 의도적인 호흡 조절에 의해 감정도 조절된다. 긴장도 호흡에 영향을 주지만 호흡의 조절을 통해 긴장상태도 이완시킬 수 있다. 명상, 태극권, 국선도, 기천문, 요가 등의 수련에서도 이러한 호흡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만한 과학적 근거들이 있다. 


1. 에너지 대사

숨을 쉰다는 것은 호흡 과정을 통해 체내의 산소와 영양분을 제공하고 노폐물을 배출함으로써 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한다. 몸의 건강과 균형이 유지되는 신진대사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너무 빠르고 얕은 숨 쉬는 가슴호흡은 기본적인 대사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인은 1분에 15회~20회 정도로 중국의 황제내경에 기록된 호흡 수 보다 2배나 빠르다고 한다. 건강의 시작은 내 숨을 확인하고 조절하는 생활이다.

현대인의 얕고 빠른 호흡을 문제시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호흡이 짧아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대사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산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완전연소때문에 노폐물이 많이 생기고 이를 호흡을 통해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부족한 산소에 현대인은 산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뇌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중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의 의학자 오토월드는 '산소 결핍에 의한 장애를 강조하면서 암이나 심장병도 세포 내 산소 부족 때문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일본의 의학자 노구치 히데요도 '체내의 산소가 부족하면 만병의 원인이 된다'라고 강조한다. 
외호흡 : 산소가 폐로 들어가 이산화탄소와 교환/  내호흡: 산소가 혈관을 따라 세포에 전달

2. 횡경막을 움직이는 호흡

천천히 숨을 깊이 쉰다는 것은 횡경막 운동과 직접 관련이 있다. 숨은 횡경막의 움직임에 의한 압력으로 숨을 쉰다. 폐는 근육이 없어 늑골(갈비뼈)과 횡경막이 도와줘야 호흡할 수 있다. 횡경막이 내려가면서 숨을 들이쉬고 다시 올라가면서 숨을 내어 쉰다. 그런데 얕은 가슴호흡은 횡경막을 잘 사용하지 않는 호흡이다. 횡경막을 움직이면 가슴호흡보다 3~5배 공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서는 가슴으로 짧은 호흡을 하기 때문에 횡경막이 움직이지 않아 굳고 복부가 경직되기 쉽다. 횡경막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아래의 내장기관을 운동시켜 활동을 돕고 복부가 막히지 않아 혈액이 잘 순환되도록 해 준다. [참고로 횡경막을 움직이는 깊은 호흡(복식호흡)은 일반 호흡에 비해 2배의 칼로리를 소모하니 뱃살이나 다이어트의 욕심도 생긴다.] 


3. 미주신경의 자극과 자율신경 안정

느리고 깊은 호흡은 횡경막 운동을 통해 <부교감 신경>에 해당하는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킨다. 평안한 상태의 안정감을 유도하는 미주신경은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심장박동과 뇌파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감소시킨다. 신진대사와 면역반응을 촉진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는 묘약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가슴호흡을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작은 스트레스 자극에도 격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반복된 긴장과 스트레스가 빠르고 얕은 호흡을 만들지만 이런 호흡이 다시 신경을 민감하게 만들어 스트레스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복부의 긴장으로 미주신경이 활성화되지 않아 이완과 안정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완되지 못하면 근육도 쉽게 긴장하고 이런 긴장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혈액을 근육에 모이게 하여 독소를 쌓이게 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4. 림프 순환

느리고 깊은 호흡은 <림프 시스템>의 순환을 향상시켜 준다. 세포는 림프로 둘러싸여 산소와 영양분을 취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기능뿐만 아니라 영양분을 흡수하고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로 중요하다. 심장처럼 펌프 기능이 없는 림프는 오직 호흡과 근육으로 움직인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 쉬면서 가슴과 갈비뼈가 움직이면서 림프순환이 일어난다. 운동이나 요가 등의 동작과 함께 깊은 호흡은 우리의 세포가 건강하게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5. 뇌는 호흡 정보를 읽어 자율신경을 조절

뇌는 호흡 정보를 읽어 각성상태와 자율신경을 조절하도록 연결되어 있다. 즉, 호흡이 빨라지면 이 정보를 읽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입이 마르는 등의 긴장상태의 반응을 만들어 낸다. 뇌의 반응을 통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버튼이 호흡인 셈이다. 긴장상태에서 호흡을 느리게 조절하면 자율신경계의 조절을 통해 신체를 안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숨뇌라고 하는 뇌간의 연수에는 호흡을 조절하는 뉴런들(전뵈트징어복합체;preBötzinger complex)이 호흡 정보를 청반(locus coeruleus)이라는 곳으로 전달하면 각성상태가 유도되고 자율신경을 자극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관련자료#1]


6. 코로 숨을 쉬는 이유 : 산화질소

코로 호흡하는 동안 코 안쪽의 산화질소가 폐로 운반되어 폐와 혈관의 기능이 좋아진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하고 탄력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폐동맥압을 낮춰 산소가 폐로 쉽게 이동하도록 한다. 순환계, 면역계, 신경계의 기능을 증진시켜 주는 신호전달 물질이며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활성화하여 몸의 활력을 찾게도 만든다. 다른 신체부위에서도 산화질소를 만들지만 코를 통해 흡입하는 양이 제일 많다.  


7. 코로 숨을 쉬는 이유 : 감정조절

코는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하지만 코로 들어오는 호흡의 속도를 감지해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공포나 불안과 같은 경우에 호흡이 빨라지는데 코로 들어오는 호흡의 리듬이 안정적이게 되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와 이를 조절하는 전전두엽이 이 리듬에 맞춰서 안정적으로 바뀐다. 코로 들어오는 안정적인 호흡의 리듬에 맞춰서 변연계, 전전두엽의 뇌파가 동조하면서 안정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으로 숨을 쉬면 이런 감정조절이 일어나지 않았다. 즉 코로 숨을 쉬는 리듬을 조절해서 감정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후각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가 있는 변연계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관련자료#2]




8. 코로 숨을 쉬는 이유 : 기억과 정서반응 

코로 숨을 쉰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반응이나 기억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숨을 내 쉴 때(날숨) 보다 숨을 들이쉴 때(들숨) 때 상대의 공포스러운 얼굴을 감별하는 정서적인 반응이 빨랐고 더 잘 기억을 했다. 입으로 숨을 쉴 때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 숨을 쉰다는 것은 정서와 기억의 민감도를 높여 위험한 상황에서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든다. 이런 사실들은 후각이 기억과 감정에 관여하는 변연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작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감각들과 달리 후각만이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변연계와 연결되어 있다.)

[관련자료#3]


8. 코로 숨을 쉬는 이유 : 장기기억의 강화

입으로 숨을 쉬는 것보다 코로 숨을 쉴 때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더 튼튼하게 정착되었다(기억의 공고화). 실험 참가자들에게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게 한 다음 한쪽 그룹은 코로만 숨을 쉬게 하고 다른 한쪽은 입으로만 숨을 쉬게 한 다음 처음 맡은 냄새를 기억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코로 숨을 쉰 그룹이 올바로 기억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코로 숨을 쉴 때의 호흡 리듬이 기억을 관여하는 해마와 연동되어 반응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코로 숨을 쉴 때 호흡의 리듬은 기억, 감정, 인지와 관련된 뇌가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관련자료#4]



[관련자료#1]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199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418029008

[관련자료#2]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199 
[관련자료#3]

https://www.ncbi.nlm.nih.gov/pubmed/?term=Nasal+Respiration+Entrains+Human+Limbic+Oscillations+and+Modulates+Cognitive+Function 
[관련자료#4]

http://bitly.kr/vXmcNi


[이전 내용, 김권수, 2015]

https://brunch.co.kr/@hesse24/17

http://www.yes24.com/Product/Goods/61281964?scode=032&OzSra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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