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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Jul 30. 2019

혼자 있는 즐거움

가장 풍성함을 누리는 시간

혼자일 때 만들어지는 풍요의 공간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내게 허락된 시간 속에서 나와 교감하게 된다. 원재훈의 <고독의 힘>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함부로 타인의 영역에 나를 들여놓지 않고 나의 영역에도 섣불리 타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삶을 풍부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고독이라는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때로는 혼자 있을 때 위안과 용기로 삶이 충만해지는 것은 진정한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 직장, 성과 등의 파도에 떠밀리지 않고 혼자서 멋대로, 나의 감각 그 자체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 있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온전히 내가 존재할 때 그 어떤 비교도 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럴 필요도 못 느낀다. 혼자 있을 때 세상은 그리움을 느낄 거리를 만들어 낸다. 그 거리감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루어야 할 성과나 타인에게 받아야 하는 인정이 아니라 의외로 많이 가진 나를 느끼고 누리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차에서 내려 혼자서 가지 않던 수목원을 걸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직 서늘한 바람의 감각과 발바닥의 감각만 느낀다. 주의가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고 오직 나의 감각과만 소통한다. 걷기 명상에서 자주 했던 일이지만 집중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각에만 빠져든다. 현란하게 켜져 있던 뇌의 시냅스는 대부분 꺼지고 단순히 감각만 느끼면 그 속에 오직 나만 살아 있다. 바람과 발바닥의 감각만으로 문득, 참 많이 누리고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자꾸 잊어 먹는 것인지 모르겠다. 늘 결핍에 민감하며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기진맥진해야 하는지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결핍의 비관적인 감정과 싸울 때 그저 혼자가 되어보자. 혼자만 누리는 시간 속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위안과 이미 많이 누리고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가진 것을 누리는 시간, 혼자!

떠밀리는 일상의 파도 속에서 혼자를 선택하는 순간, 멈춤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걸음도 멈추지만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으로 상처 난 마음도 멈춘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요즘은 참 불행하다는 생각도 든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시대지만 언제나 SNS에 연결되어 반쯤의 불안을 달래야 하는 형편이기에 혼자의 풍성한 맛을 즐기기는 힘들다. 이것이 시인 보들레르가 말한 “혼자 있을 줄 모르는 불행”인가 싶기도 하다. 현재에 가진 것으로 누리지 못하는 순간을 탄식한 것이리라. 가끔씩 ‘혼자 즐기기’를 선택하는 사람을 보면 누리는 맛을 아는 사람인가 싶어 부럽다. 혼자 누리는 시간, 멈춤의 시간, 단절의 시간, 나와 교감하는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 이런 선택을 통해 의외로 만나는 풍성함, 이미 누릴 수 있는 많은 자산을 가진 부자인 나를 만나보고 싶다.


혼자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매일 집에 들어가기 전의 잠시, 아침에 혼자 일어난 시간, 먼저 출근한 시간, 모두가 떠난 공간, 사람들이 많지만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커피숍에 혼자 있을 때... 또 뭐가 있을까? 많겠지... 혼자 있는다고 혼자인 나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혼자인 내가 편안함을 느낄 때, 그 순간에 조금 빠져 뭔가 누린다고 느껴질 때 혼자인 내가 나타난다. 전투사의 갑옷을 벗고 그저 편안한 옷차림의 자신이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몇 번의 훈련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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