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바라보고 온전히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
결론부터,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감정조절의 기술이 있지만 최고의 기술은 마음챙김을 훈련하는 것이다. 단순히 감정 조절이 아니라 뇌를 조절하고, 마음을 조절하는 기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위한 삶의 기술,
인간에게 감정은 행복과 불행의 가르는 기준이 된다. 행복하다는 것도, 불행하다는 것도 감정으로 느끼고 감정을 통해 의욕과 동기를 얻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감정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상식수준의 이성적 판단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알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자신을 지키고 만들어 가는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감정조절은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삶의 기술이다.
감정조절의 기술들
학자들이 관찰하고 연구한 감정조절 전략은 1) 먼저 상황을 선택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거나 바꿔버린다는 것인데 일반인들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 다음은 2) 감정을 억눌러 참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억눌려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증폭되어 더 크게 폭발하거나 자신의 존재감에 큰 상처를 만든다. 사회적으로 감정을 잘 조절한다고 평가 받을지 몰라도 자신을 스스로 파괴한다. 감정은 의욕과 동기를 만들어 내고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전략이3) '인지적 재평가'다.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거나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지적 재평가가 효과적인 이유
인지적 재평가는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꿔서 유발되는 감정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다. 상황이 우리의 감정을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은 달라진다. 상대의 말 한 마디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불쾌하고 화가 나지만 나를 돕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면 즉흥적으로 올라오는 감정도 살펴야 하고 마음 속에 해석할 공간과 인지적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을 선택할 힘은 분명히 생긴다. 감정과 생각의 협상이 이루어진다.
인지적 재평가와 뇌의 연결성
인지적 재평가는 우리 뇌의 연결을 활성화하고 강화한다. 우리의 뇌는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대상회라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 감정이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들 연결이 빈약하거나 변연계 중에서도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잉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인지적 재평가는 감정을 읽고 해석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이런 뇌의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감정조절 능력이 원활하게 발휘될 수 있다.
마음챙김(mindfulness) 무엇?
감정조절과 관련해서 인지적 재평가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은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인이 뭔가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식이며 시스템이다. 흔히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마음챙김의 상태와 태도를 길러주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마음챙김의 상태와 수준은 다르다. 명상 등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아도 마음챙김 수준이 높은 사람이 많다. 마음챙김은 현재에 일어나는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걱정으로 현재가 왜곡되거나 불필요한 감정적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현재를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대해 분석, 판단, 의미부여,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 때문에 부정적 생각에 의한 편향된 해석과 감정 유발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상황을 인지하고 감정과 감각을 세밀하게 느끼지만 좋고, 싫고, 나쁘고, 중요하고 등의 가치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감정과 판단은 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듯이 경험하고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마음챙김이 감정을 조절하나?
인지적 재평가가 의도적으로 해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그때 그때의 상황 대처법이라면 마음챙김은 인지적 재평가의 가능성도 높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챙김의 상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서도 끌려가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능력이 높아지면서 습관적인 반추, 걱정, 자기비판적 경향을 감소시켜 부정적 정서의 반응을 감소시키면서 정서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마음챙김은 특정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를 변화시킴으로써 감정의 반응을 바꾸는 것과 달리 어떤 상황에서 해석에 상관없이 감정적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마음챙김은 특정 상황에 대한 대처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나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는 일종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인지적 재평가와 마음챙김은 뇌과학적 차이가 있다.
인지적 재평가나 마음챙김 모두 뇌의 연결성을 강화하면서 감정을 조절한다. 인지적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연결, 더 정확하게는 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대상회의 연결을 강화하면서 감정적 조절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인지적 재평가는 전두엽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덜 부정적인 것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활동을 조절하는 탑-다운 방식이다. 전두엽의 인지적 통제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두엽의 인지적 통제는 부정적 감정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감정을 재활성화할 수 있다. 잠재워진 감정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그러나 마음챙김은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데 필요한 전두엽의 주의감시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면서 오히려 인지적 평가가 차단되고 감정이나 감각에 주의를 두고 인식하는 것이 강화되면서 감정적 안정을 찾는다. (인지적 평가를 통한 감정의 활성화가 차단되고 감각의 안정성이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안정성을 가져온다) 즉 정서적 평가의 차단과 증가된 일차 감각을 통해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음챙김 훈련을 해 본 사람이라면 흔하게 느끼는 것
마음챙김 명상을 훈련하다 보면 내 감정을 떨어뜨려 바라보는 것이 보다 쉽게 된다. 감정이 말이나 행동으로 분출되고 감정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과 감정과 연결된 자신의 생각을 조금 떨어져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일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화가 분출한 순간에도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