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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Jul 06. 2024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평영 정체기

 평영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게 무색하게도 요 며칠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잘하는 영법이 평영이라 이 감각마저 놓치고 싶지 않아 유튜브로 평영을 집중 검색한다.  

스무스하게 잘 나가는 사람들의 발동작을 보고 이내 깨달았다.  발차기 직후 3초 동안 양발을 가지런하게 붙이고 있어야 한다.  칭찬에 우쭐해져 초심을 잃어버린 나는 그 3초간 발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물의 흐름이 깨지고 당연하게도 추진력 또한 잃게 하는 행위였던 것.


 물속에서의 3초는 생각보다 길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레 수면으로 떠오르는 시간이다.  코어는 올곧게 유지한다.  발동작은 바르게,  밀어내기는 힘 있게 해야 한다.  그 3초 동안 나는 없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앞사람은 왜 저리 빠르지? 어쩜 저렇게 가볍게 뜰까? 내 머리방향은 이게 맞는 걸까? 등등








 몸에  완전히 익지 않았는데도 처음 자세를 잊는다는 건 비극이다. 익숙해진 나쁜 습관은 어떠한 틈을 만든다. 안일하면 그 틈은 더욱 벌어지고 만다.  살피지 않으면 더욱 만개해 버리는 것이 틈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를 점검하는 시간을 만든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잔근육의 미세한 통증을 기억한다. 수영을 잘하려면 오히려 근력운동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다짐했다.  그러나 귀찮음이, 때론 두통이 때론 내팽개친 마음들이 그 다짐을 부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변명을 모색한다.  벌어진 틈에 나태함이 잡초처럼 잡았다. 비온 뒤처럼 무성하게.



 중년의 비루한 몸뚱이는 중력 앞에 무력하다.  점점 흘러내리는 볼살과 지상과 가까워지려 애쓰는 대둔근과 몸의 모든 잔근육들이 안간힘이다.  매일 고자 다짐했던 것들을 했는지 점검해 본다.  물론 매일 하지 않았다.  나이 탓 이전에 나태함을 스스로 지적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영은 이런 나의 단점들을 더 잘 이게 했다. 가 익숙해져야할 것은 고정된 루틴이지 벌어진 틈에 자라는 나태함이 아니다.  잡초는 수시로 뽑아내 정리해야 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때로 슬프다.

익숙함으로 벌어지게 된 은 많은 것들을 마구 쓸어 담는다.

그래서 박준시인은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강의 수면은 새의 발자국을 기억하지 않는다. 울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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