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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Jul 13. 2024

모호할수록 기본에 충실하라

내게 하는 말

 별다를 게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 수영은 어김없이 다녀온다. 소리 없지만 그 자리에 반드시 존재하는 먼지처럼 어느새 쌓인 집안 일과 분명하게 쌓아둔 책 탑을 해체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을까도 생각하지만, 습한 날씨에 축축 늘어지는 머리카락이 요즘의 나다.



 수영이 몸에 익자 물 밀어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에는 생각 없이 팔을 휘저었다면 요즘은 팔과 손동작으로 물을 최대한 밀어내며 추진력을 높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컨디션이 좋을 때의 얘기다. 이유 없이 몸이 무거운 날은 가장 먼저 호흡이 힘들다. 내게 맞는 운동일까? 이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이내 털어버린다. 그저 핑계를 찾으려는 틈이 벌어진 것일 뿐이라는 걸 안다.



 최근 몇 주간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고 모호한 날들이 이어졌다. 늘 그렇듯 모호함은 불편한 마음과 손을 잡는다.  불안과 초조를 느끼면서도, 정면돌파보다는 현실을 회피한 것 같다.  이 모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삼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외면이 아닌 그것을 당장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기다림은 덕목이라는 말도 나의 성향으로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물을 밀어내는 팔의 방향이 물 밖에서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


접영의 기본자세를 배우는 요즘, 팔이 꺾이는 내게 강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독서는 읽기와 필사에만 집중다. 뇌에 적당히 위치한 필터가 망가졌는지, 생각의 배출은 걸러냄 없이 적나라해서 나조차 당혹스럽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 문장의 형태로 나열해 본다. 거기에 나를 묶었다가 다시 흐트러뜨린다. 모호할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라고 다시 나열한다.



 인생 길다지만 하루하루는 무척 빠르게 흘러간다. 손을 뻗어 물을 끌어모아 뒤로 밀어내듯이 일상도 밀어내며 저항을 줄인다.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 팔의 방향을 유지해야 하는 접영을 생각한다. 일상의 반복이 유연하게 흐르고 추진력을 얻어 전환점을 멋지게 터닝하고 싶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흘러갈 곳은 저 깊은 배수구일 것이다.






감정의 주체가  이 글이야말로 모호다. 당초 삶도 인간도 모호함 그 자체 아닐까.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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