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개구리_다른 곳을 바라보다
독서를 하지만 input만 가득! output은 없는 독서를 했다. 독서를 하는 것은 읽은 내용을 토대로 실행할 때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때마침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을 읽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런 변화가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는 ‘무엇 하나라도 하리라!’ 마음먹었다. 오프라인 공부방을 열지 못하게 되었으니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나는 중고등학생들을 타깃 한 ‘온라인 스터디’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
중요한 시험을 준비할 때 수험생들은 스터디를 꾸려서 진행한다. 아무래도 혼자 하면 늘어지고 마감기한이 없으니 집중력도 덜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만나서 스터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며 공부했기에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많아 온라인 스터디를 잘 활용한 케이스이다. 함께 하는 힘이 얼마나 큰지, 혼자 했으면 공부하기 어려울 과목들까지 함께 진도를 나가면서 몇 회독씩을 하게 해 준다. 이렇게 ‘함께 하는 힘’에 대해 알고 있었던 나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온라인 스터디 운영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가지 않으니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도 이해가 되었다. 자녀들이 일어나서 스스로 공부부터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이때만 해도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책에서 말하는 ‘한 가지를 실행하겠다!’라는 일념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모임을 기획하고 모집하였다.
무료로 좋은 일을 하는데도 왜 그렇게 글 하나 쓰는 것이 조심스럽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이 두근거리던지.
지역 유명 카페에다 게시글을 올렸다. 그런데 한 시간 후쯤? 내 글이 삭제가 되었다. 어떻게 올린 글인데! 얼마나 고심하고 걱정하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겨우 올린 내 글이 사라져 버리다니. 허무했다. 카페의 운영진에게 글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재능기부’ 글은 위반이라는 거다!! 그때 깨달은 점은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내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해서 진행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글이 내려지기 전 쪽지를 보내온 학부모님들이 꽤 있었다. 지원하신 학부모님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10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 달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나는 일이 생겼다. 학생들을 관리하고 매일 아침 격려하고 칭찬하고 아이들의 학습 진도를 관리해주는 선생이 되었다. 실행이 답이라더니!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실행했더니 전업주부에서 급 워킹맘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신기했다. 수입이 얼마든 상관없었다. 재능기부였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지는 돈은 0원이지만 나는 일하는 엄마이다! 남편에게 감사한 것은 수입은 0원이지만 아내가 하는 일을 ‘일처럼 인정’해주었다. 학생들을 관리하고 학부모님들에게 연락하고 하는 일들은 정말로 일이었다. 일을 하면 무엇이든 배우게 된다. 머릿속으로 아는 지식과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는 실무는 다르다. 그렇게 나는 관리적인 일에 대해 실무를 익혀갔다.
그 사이 마케팅에 대한 책도 읽었다. 작가님의 일화가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길거리 강연을 했을 때, 지나가시던 할아버지가 좋은 이야기 잘 들었다며 주신 강연비 만원. 그 만원이 지금 사업의 첫 수입이었다’라는 대목은 내게 신선한 충격과 도전이 되었다. 안정된 직장에서 주는 월급만이 가치 있는 줄 알았다. 주변에는 온통 교사들과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지인들뿐이었기 때문에 내 시야는 더더욱 좁았다. 사업이라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외에는 다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며 살았던 내게, 처음으로 접한 사업과 마케팅에 대한 내용은 새롭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게 재능기부로 약속한 한 달이 지나고 나는 두 번째로 실행하는 삶에 한발 더 내디뎠다. 수익화를 시도한 것이다. 무료로 진행한다는 글을 쓰고 발행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는데 월회비를 받고 진행한다는 말이 어떻게 쉬웠겠는가. 처음에는 돈 벌 생각도 하지 않고 시작한 재능기부였고, 두 번째는 돈을 벌지 않아도 되니 수익화를 시도해 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저 나의 한계를 넘어 도전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두 번째 달에 이어가시겠다 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책상에 앉아 해야 할 공부를 먼저 끝내고 논다면? 어떤 학부모님이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온라인 스터디의 피드백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 학교를 가지 않고 온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시기였으니 꽤 괜찮은 모임이었다. 그러나 홍보의 문제와 아직 어린 학생들의 끈기와 인내의 부분이 문제였다. 그렇게 실무를 경험하다 보니 문제점들도 보이고 보안 점도 보이고 사업 아이템으로서의 지속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무자본 창업'을, 갑분 '워킹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