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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Sep 06. 2021

회사 vs 육아, 승자는?

물론 둘 다 힘들지 말입니다.

    여기 2명의 회사원이 있습니다. A는 육아휴직 후 회사에 이제 막 복직했고, B는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A : 와,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B : 그래? 회사 돌아와 보니 회사가 더 나은 것 같아? 육아보다?


 A : 그치. 말도 마. 진짜 전쟁이 따로 없었어.


 B : 근데 아기는 어떻게 했어?


 A : 나 엄마한테 보냈어. 엄마가 키워주신다고 해서. 남편은 해외에 있고, 이모님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엄마가 그럴 바엔 그냥 키워주신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고향엔 엄마랑, 아빠랑 친척들도 있으니깐 아기 키우기는 훨씬 낫지.


 B : 진짜? 그럼 아기는 주말에만 보는 거야?


 A : 응. 보통 금요일에 반차 내고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 기차 타고 바로 출근해. 


 B : 육아가 진짜 힘들긴 한가보다. 너 이야기 들으니까 걱정이 갑자기 한가득이다. 나도 키워줄 사람 없어서.


 A : 나는 집에서 아기랑 갇혀 있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 내 성격상 회사 나와서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고 움직이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깐. 


 B : 복직하니까 지금은 괜찮고?


 A : 그치! 아기한테도 더 좋은 것 같아. 힘들고 피곤한 엄마보단 그래도 활기찬 엄마가 좋지 않겠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못 보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할머니한테 더 좋은 케어를 받으니깐. 


 B : 아니, 근데 회사도 힘들잖아? 스트레스도 많고? 


 A : 아니지. 회사는 스트레스가 훨씬 적지. 회사는 내 것이 아니잖아? 내가 조금 실수해도 선배가 커버해주고, 회사가 내 여러 가지 것들을 캐어해 주잖아? 근데 육아는 아냐. 아기는 내 아기고 내가 실수하면 온전히 내 아기가 피해를 보는 거잖아. 그럼 난 이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 받고. 


 B : 아...


 A : 회사 일은 조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할만하니깐. 게다가 우리는 관리자 직급도 아니어서 책임질 일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내가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스타일도 아니잖아? 근데 육아는 아냐.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다시 새로워져. 끊임없이 부서를 옮기는 것 같은 기분이야. 적응돼서 할만하면 아기가 새로운 미션을 던져주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가 인정해 주지도 않아. 진짜 육아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회사와 차원이 달라. 너도 조만간 느끼게 될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B도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A는 남편을 따라 아기를 데리고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다시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러다 B의 아기가 걷기 시작할 즈음, A는 다시 복직을 했고, A와 B는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A : 육아는 좀 어때? 할만해?


 B : 내가 나름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데 정말 쉽지 않네.


 A : 어떤 점이 가장 힘들어?


 B :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는 거? 아기가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잖아. 그리고 어제의 아기랑 오늘의 아기랑 다를 때가 많다는 것도.


 A : 그치. 장난 아니야. 그래서 내가 육아보단 회사가 더 편할 거라 했잖아.


 B : 근데 그 부분은 난 너랑 조금 다른 것 같아. 


 A : 그래? 어떤 점이?


 B : 음... 회사와 육아 모두 피곤한 건 똑같아. 근데 회사는 스트레스가 많고, 육아는 스트레스가 없어.


 A : 나랑 완전 반대네?! 육아가 훨씬 스트레스 받지 않아? 내 아기잖아. 회사는 내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을 것까지 없지 않나?


 B : 아니. 난 내 아기니까 스트레스는 없더라고. 육아하면서 걱정과 고민은 많고 육체적으로 피곤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 근데 회사는 스트레스 그 자체야. 납득하기 힘든 지시도 많고, 내 회사가 아니다 보니 의욕이 떨어져. 육아를 하다가 어려운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열심히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거든? 근데 회사는 아니야. 물론 예전에 그렇게 했던 적도 있는데,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지. 내가 일을 안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육아는 전적으로 부모인 내 책임인데, 회사는 내가 잘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그런 것도 스트레스인 것 같아.


 A : 그렇구만. 난 사실 남편만 아니면 계속 회사 다니고 싶거든. 그래야 활력도 생기고 육아도 더 잘할 수 있고. 근데 나 조만간 또 육아휴직하고 남편 따라 해외로 가야 할 것 같아. 넌 어떻게 할 거야?


 B : 나 곧 육아휴직 하려고. 와이프가 복직하는데 아기 봐줄 사람도 없고 그냥 내가 육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회사 오래 다녔으니 한 번쯤 쉴 때도 됐지.


 A : 그래그래. 화이팅하고. 육아하면 힘들 때 많지만 다 지나가더라고. 힘내셔!




 네. B가 바로 접니다. A는 제 절친한 회사 동기구요.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회사 다니느라 고생했으니 8월까지만 좀 쉬고 놀자고 했는데, 벌써 9월이 돼버렸습니다. 아들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 좀 하다가 밀린 드라마를 보고, 간만에 낮잠도 잠깐 자면 어느새 아들의 하원 시간입니다. 밤에는 아들을 재우고 와이프를 대화를 나누고 밀린 만화를 조금 보고 나면 벌써 밤 12시입니다. 그렇게 8월을 보냈고, 이제 조금 더 알차게 9월을 보내보려 합니다. 보던 드라마와 만화를 다 보면 말이죠.ㅎㅎ

 몸은 조금 피곤합니다만 회사 다닐 때에 비하면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없어서 살만 합니다. 종종 아프던 머리도 휴직 이후에는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어요. 다만 한 번씩 소화가 안 될 때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 다닐 때보다 운동량이 부족해서겠죠. 요새 계속 비가 오고 날씨는 여전히 덥다는 핑계로 밖에 돌아다니는 걸 거의 안 했더니 하루 평균 걸음수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회사를 안 간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느새 회사는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회사 친한 후배가 생일이라 축하 인사할 겸 연락한 것 외에는 정말 회사와 관련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갑자기 잠투정이 심해져 밤 10시가 넘어도 잠을 자지 않는 아들과 매일 밤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일 회사를 가는 게 아니니까요. 회사 다닐 때는 아들이 한 번씩 잠투정을 심하게 부려 늦게 잠들면 내일 출근부터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으니 아들의 투정을 최대한 다 받아주고 있습니다. 아침 기상은 알람 소리가 아닌 아들이 깨어나는 소리에 일어납니다. 빨리 밖으로 나가자는 아들의 몸짓이 때로는 알람보다 더 살벌하지만, 그래도 기꺼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제가 회사보단 육아 체질인 건지... 아니면 회사가 저랑 안 맞았던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지금을 온전히 즐기려 합니다. 


 아들의 잠투정이 조만간 끝나서 밤의 평화가 조금만 더 일찍 찾아오기를 바라면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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