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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Dec 27. 2021

2022 임인년(壬寅年)에도 노장의 역사는 계속됩니다!

+ 여자배구 V리그 12월 4주 리뷰


 나는 장사에서 천자를 따라나서서부터 이제까지 숱한 싸움터를 누비며 있는 힘을 다 쏟았다. 비록 나이 일흔이 넘었으나 아직도 고기 열 근을 먹고, 두 섬을 들 수 있는 자만 당길 수 있는 활을 쏠 수 있으며 하루 천리를 달리는 말을 몰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나를 늙었다 할 수 있겠는가?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있죠.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좋아진다는 말입니다. 위 구절은 삼국지에 등장했던 황충이라는 장군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황충은 원래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 활 솜씨가 그대로였습니다. 심지어 그 활이 너무 무거워 일반 사람들은 들기조차 어려웠다고 하죠.


 반면 에이징 커브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능력이 저하되어 기량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노익장과 반대되는 용어인 노쇠화라고 부르기도 하죠.


 프로스포츠에는 종목별로 전성기라 부르는 나이대가 있습니다. 신체적 능력과 경기 경험 등이 극대화돼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나이가 있는 거죠.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점프력도 떨어질 수 있고 반사신경도 전보다 조금 느려질 수 있겠죠. 부상을 당해도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구요.


 그럼에도! 소위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나이대가 한참 지났지만 삼국지의 황충 같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 선수들은 젊을 때보다 더 많은 노력과 훈련으로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다른 어린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한 플레이를 하고 있죠.


 이번 글에서는 각 구단별 최고령 선수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에이징 커브가 아닌 노익장,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다만,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최고령 선수가 1996년생인 하혜진, 이한비 선수인바 이번 글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보여 제외했습니다.)


 2022년 임인년 (壬寅年)이 곧 밝아오고 우리도, 선수들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습니다. 지나간 시간과 젊음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미래를 멋지게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글에서 언급하는 선수들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연말입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프로답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진심을 담아 리스펙 하며! 이 글을 시작해봅니다.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선수, 1981년 8월 12일생



 여자배구의 황충은 단연코 정대영 선수입니다. 정대영 선수는 1981년생으로 여자배구 현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한국 나이로 현재 41세로 며칠 뒤 임인년이 시작되면 42세가 됩니다. 동갑이었던 흥국생명 김세영 선수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면서 40대 선수는 정대영 선수만이 남았습니다.

 정대영 선수는 1999년 12월 현대건설에 입단해서 20년이 넘도록 프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최고참 선수로 참가하여 4강을 이끌었고, 2005 정규리그 MVP, 2007-2008 챔피언결정전 MVP 등 V리그의 기록도 화려합니다. 특이한 기록도 있습니다. 센터 포지션으로 2005년 리시브 1위를 달성한 기록입니다.


 정대영 선수는 이번 시즌에도 블로킹 TOP5 안에 랭크될 정도로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의 상승세에는 정대영 선수가 기여한 몫도 매우 큽니다. 특히 다른 후배 선수들이 정대영 선수를 보며 경기 외에도 보고 배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배만큼 본받고 싶은 선배는 없겠죠.


 최근 엄청난 수비를 선보이며 맹활약하고 있는 같은 팀 임명옥 선수는 1986년생으로 노장에 속합니다만, 정대영 선수 앞에서는 아직 한참 후배에 불과합니다. 다른 팀이었으면 이번 글에서 소개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다음 기회에...



흥국생명 김해란 1984년 3월 16일생



 김해란 선수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리베로로 불리고 있습니다. 김해란 선수가 뛰었던 거의 대부분의 시즌에 디그 1위를 했고, 당연히 통산 디그도 1위입니다. 총 디그 수는 10,000개에 가깝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모두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출산 때문이었죠. 김해란 선수는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2020년 4월 은퇴를 선언하고 출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선수 생활을 더 보고 싶어 했는지 김해란 선수는 같은 해 12월 아들을 출산했고, 이번 시즌 다시 코트에 복귀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출산 후 코트 복귀는 정대영, 김세영 선수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합니다.


 "아무리 강한 스파이크를 날려도 다 받아 올리더라. 도대체 어떻게 저런 수비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2014-15 시즌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가 김해란 선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나이가 들어가고 출산까지 했지만 김해란 선수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경기장에서 몸을 날리며 혼신을 다해 수비하는 모습을 흥국생명의 후배들도, 집에 있는 김해란 선수의 아들도 보고 있을 것입니다.



KGC인삼공사 한송이 1984년 9월 5일생


 한송이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예전 글에서 자세히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heuriric/51



현대건설 황연주 선수, 1986년 8월 13일생



 이번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MBC 해설위원을 맡았던 황연주 선수입니다. 대개 해설위원은 은퇴한 선수가 하는데, 황연주 선수는 현역 선수로서 해설위원을 맡았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신화의 일원이었던 황연주 선수는 이번에는 해설위원으로 후배들이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을 지켜봤고 울컥했습니다.

 황연주 선수는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왼손잡이 선수입니다. 신장이 크지 않았지만 엄청난 점프력과 운동신경으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V리그 역대 최고 라이트 선수라 불립니다. 황연주 선수가 세운 기록은 너무너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V리그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최초로 5000 득점을 달성했습니다.

 황연주 선수는 '꽃사슴'으로 불리며 올스타전에 팬투표로 항상 참가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김해란 선수와 함께 통산 14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에도 무너지지 않고 V리그 득점 기록을 세워 나가고 있는 황연주 선수의 역사는 임인년에도 계속됩니다.


 황연주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 그 글도 첨부해 봅니다.

https://brunch.co.kr/@heuriric/50



IBK기업은행 김수지 1987년 6월 20일생



 김수지 선수는 큰 키와 긴 팔로 코트에서 맹활약하며 우리나라의 도쿄올림픽 4강 신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배구인 집안에서 태어난 김수지 선수는 우월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 선수였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 동창인 김연경 선수에게 다소 가려있었지만, 멀티형 센터로서 궂은일을 많이 하며 선수로서 롱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역대 4호 개인 통산 블로킹 성공 800개를 달성하기도 했죠. 때와 장소에 맞춰 다양한 색깔로 착용하는 머리띠와 함께 김수지 선수는 여전히 코트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김수지 선수는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김연경, 양효진 선수와 함께 국가대표를 은퇴했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하고도 묵묵히 국가대표의 자리를 지켜준 김수지 선수. 앞으로 부상 없이 오랫동안 코트 위에서 계속 활약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GS칼텍스 오지영 1988년 7월 11일생



 오지영 선수는 겨우(?) 1988년생밖에 안 됩니다. 이번 시즌 KGC인삼공사에서 GS칼텍스로 팀을 옮기게 되면서 GS칼텍스의 최고 연장자가 되었습니다.

 오지영 선수는 대기만성형의 선수입니다. 리베로 포지션은 오래 동안 김해란 리베로가 국가대표 주전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김해란 선수가 불참하게 되자, 그 자리를 오지영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왜 하지 못하냐는 라비리니 감독의 가르침과 샤우팅 하에 오지영 선수는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우리나라의 4강 신화를 이끌었습니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인해 아직 완벽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하루빨리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을 소속 팀에서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줬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펼쳐졌던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맞대결. 치열한 순위 싸움은 그대로 경기장에도 이어졌습니다. 1세트는 듀스 끝에 28-26 KGC인삼공사 승리. 2세트도 듀스 접전 끝에 31-19 KGC인삼공사 승리. 3세트를 GS칼텍스가 가져왔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옐레나, 이소영, 박은진, 고의정, 이렇게 4명의 선수가 두 자리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거기에 노란 리베로의 수비가 빛났습니다. 반면 GS칼텍스는 모마 선수의 공격이 번번이 블로킹에 걸린 것이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KGC인삼공사는 이번 12월 홈경기에 한해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유니폼을 제작해서 착용했습니다. 팬들과 소통하고 색다른 재미를 위해서 기획된 것으로, GS칼텍스와의 경기에는 각 선수의 별명이 적힌 유니폼을 착용했습니다. 선수들이 착용한 이 유니폼은 경매를 통해 판매하며 경매 수익 전액은 지역 소외계층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 승리라는 선물을 주셨나 봅니다.


여자배구 V리그 12월 4주 차까지 순위

 현대건설은 다시 연승 모드를 가동하며 단독 선두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위권은 여전히 혼전 중이며, 하위권에서는 흥국생명이 3연승을 기록하며 멀찌감치 달아나는 모습입니다.


벌써 17승! 이 날 주인공은 등번호 17번 고예림 선수입니다! /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연승의 시작이었던 팀을 10연승의 길목에서 만납니다!


 지난 11월 21일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한국도로공사의 3대0 완승이었죠. 그 승리를 기점으로 한국도로공사는 한 번도 진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9연승을 달렸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10연승으로 팀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바로 KGC인삼공사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기분 좋은 연승의 시작의 상대였던 KGC인삼공사를 다시 한번 꺾고 팀 최다 연승의 기록을 세울지, 아니면 KGC인삼공사가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다시 한번 산타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P.S.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 가득한 2022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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