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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Aug 22. 2020

[런던 포스트맨스 공원] 계절도 이월되나요?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옆 호스트 커피 한잔의 여유


영국은 8월 한 달 동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외식하는 사람들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식사 가격 금액의 50% 할인된 가격으로 1인당 10파운드(1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Eat out to help out] 먹으며 돕는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계획은 영국 코로나 바이러스 봉쇄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를 살리기 위해 영국 정부 지원 국민 외식 지원금 사업이다.

영국 코로나 먹으며 돕자 캠페인

영국 코로나 봉쇄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란 점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에 외식 문제없을까 하는 우려로 꺼리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은 여행객 발길이 끊긴 런던 중심가 호텔도 서비스 비용을 할인하며 부담스럽던 호텔 비용도 많이 내렸다. 숙박과 외식 비용이 비싼 영국 런던에서는 희소식 같다.



요즘, 같은 시기 누구를 탓할 수 없어 애꿎은 날씨 탓에 해 뜨면 기분 좋은 날, 비 내리면 우울한 날이라 투덜거리게 된다. 여름 날씨마저 올해는 아쉽다. 며칠 비가 내리다 그치더니 부는 바람이 선선하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라고 한다. 어느새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어디쯤 와 버렸다. 가로수 사이사이 메마른 낙엽이 잎을 떨구며 나에게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늦여름 초가을 사이의 이 귀한 시간이 벌써 아쉽다.


어느새 낙엽이 가을을 알리며 잎을 떨군다.


여름과 초가을 사이, 어느 때보다 커피가 가장 맛나다. 귀한 틈을 못 즐길까 햇살이 비추는 날 서둘러 집을 나서야만 했다. 호스트 커피( Host Cafe) 이곳은 교회가 카페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종교가 없는 내가 영국에 와서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이 바로 교회다. 동네 플레이 그룹을 운영하는 곳도 대부분 교회이고, 교회 내 일부 공간을 카페로 운영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종교적 거리감이 영국에서 살며 사라졌다.


공간이 종교적 장소가 아닌  누구나 이용하는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을 지나 원 뉴 체인지 쇼핑몰에 들러 쇼핑하고 이 카페에 들러 아이의 도시락을 먹인다. 이곳에서 나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집으로 향한다.


시티 오브 런던 일대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도 하는 곳!  이 교회에 앉아 있으면 향긋한 커피 향이 퍼져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에서 커피 문화를 자리 잡게 했던 스타벅스의 문화적 공간 개념으로 이곳을 사용하고 있었다. 교회라는 공간의 재해석이다. 우후죽순 생기는 화려한 인테리어의 카페보다 도심 한가운데 이색적인 곳에서 마시는 커피가 나는 더 끌린다.  아주 먼 곳으로 여행 와서 마시는 커피 마냥 새롭다.


런던 커피_ 호스트 커피 ( Host Cafe)
런던에서는 교회라는 공간을 재생하고 있다.
공간이 만든 공간 속에서 휴식_ 런던 카페의 변신




One new change 원 뉴 체인지 파사드

작은 교회를 카페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런던이라는 곳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고 균형감 있게 공존하고 있다는 들 얘기한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와 밀레니엄 브릿지를 통한 지역개발까지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의 모습을 보면 더욱 놀란다. 늘 새롭게 변하며 발전하지만 갓 태어난 명소는 없다. 늘 새로움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롭고 트렌드 해서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옛것이 과거의 것이 무조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의 컬래버레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OLD LONDON X NEW LONDON


시티 오브 런던 일대는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는 순간부터 세인트폴 대성당을 중심으로 런던 증권 거래소, 원 뉴 체인지 쇼핑몰, 바비칸센터까지 대성당을 돋보이게 둘러싸고 있다. 건축물마저 조화롭게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 뉴 체인지 쇼핑몰에서 바라본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증권거래소는 코로나로 창궐의 거리가 되었다.

영화 클로져 ( Closer ) _ 포스트맨스 공원

스트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포스트맨스 공원 이곳에서 뜻밖의 행복을 맛보길 기다렸다. 영화 클로져에 나왔던 곳 [포스트맨스 공원 ]이다.


영화 클로져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공원은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걸어갈 수 있는 퍼블릭 공원으로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면 알지 못할 만큼 작은 공원이다. 앨리스는 이곳에서 자신의 가명 앨리스 아이리스를 가져왔다.


Postman's Park 이곳은 영웅적 희생 기념비(The Memorial to Heroic Self Sacrifice) 1900년에 시작된 프로젝트로 평범한 시민들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일상 속 작은 영웅들을 기록한 기념비가 있는 곳이다.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면 무심히 지나칠 작은 곳, 과거 희생자를 기리는 공원에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일상의 휴식처로 조성해 놓았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보며 나도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생기게 하듯 이곳 역시 보잘것없는 나도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생력이 생긴다.


포스트맨스 한쪽 벽면 수 많은 희생자 이름
주변 비즈니스맨들이 앉아 점심을 먹던 곳이 텅 비어 있었다.




햇살도 잠시 영국 날씨답게 먹구름에 바람이 분다. 하루 중 몇 시간만 달리 써도 새로운 마음이 된다니! 이 마음으로 얼마를 버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감염자 수는 점차 늘어나며 영국 날씨처럼  끝도 알 수 없이 다시 기승을 부린다.

세인트폴 대성당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파사드


다시 코로나 재확산 소식에 모두들 몸을 움츠리게 된다. 장마 끝나길 기다렸더니 다시 확진자 증가, 허망한 기분이 드는 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견뎌야 할 때이다.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를 지키는 우리가 작은 영웅이 아닐까?


우리의 잃어버린 봄과 여름, 못내 아쉬운 날들 이월시키고 싶다!


원 뉴 체인지 쇼핑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인트 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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