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는 엄마의 자세

: 밥 하기 싫은 엄마

by 윌버와 샬롯

핑곗거리로 ‘밥’만큼 만만하고 타당한 이유가 또 있을까. 주부지만 살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기에 잘하지도 못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하고 있다.


그 많은 집안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것은 식사 준비가 아닐까 싶다. 지인 중 한 분은 밥하는 시간이 가장 무가치한 시간이라 생각되어 정말 캡슐 한 알로 끼니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 예를 들기도 했다. 뭐 난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한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신성하고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수시로 장을 봐야 하고(그럼에도 항상 먹을 게 없다고 생각이 드는 신기한 체험을 매번 게 된다), 재료를 준비하며 손질하고, 가스레인지에 빈 화구 없이 동시에 서너 가지 요리를 해야 하고, 드디어 식사를 하고, 그리고 마무리 설거지까지 마치면 진이 다 빠진다. 아주 밥상이 부러지게 차리나 보다 하는 오해는 마시라. 단출하게 해 먹고 사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니 살림에 소질이 없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귀차니즘이 많은 거지 요리에 대한 부담감은 갖고 있지는 않다. 그건 단연 시어머니 덕분이다. 손이 크신 요리 달인 시어머니 옆에서 보고 배운 덕에 요리 핵심은 간파했다. 그 핵심이라는 게 실은 별게 아니다. 신선한 재료에다 갖은양념만 어느 요리든 넉넉하게 넣어주면 한국 음식은 기본 맛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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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초보일 때는 요리 책을 보고 그 계량에 맞게 맞추느라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간장이냐 고추장이냐의 기본 방향만 정해지면 마늘, 파, 양파, 당근, 매실액, 후추 등의 양념을 과감히 섞어주면 된다. 주부 연차가 쌓이니 하나 더 터득한 것은 요리는 주저함 없는 과감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레시피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유연함과 창의성만 있으면 요리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밥만 아니었다면 어떤 무엇도 이루었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동남아시아의 외식문화가 부럽기까지 하다.


오늘부터 삼시 세끼 요리 풀가동의 시간이 온다. 겨울방학이다. 하루가 더 빨리 가고 메뉴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 적당히 외식과 집 밥을 조율하여 엄마도 아이에게도 최적의 방학이 되어보자. 잘 살고 싶기에 밥도 하는 것이다. 살고 싶기에 떡볶이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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