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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꿈을 가진 당신에게 주문을 건다

: 높이 뛰어라 생쥐

by 윌버와 샬롯

꿈이 있다는 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꿈이라는 게 쉽게 이루어진다면야 별문제 없겠지만 오랜 시간 발목을 붙잡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이라면 과연 그때의 꿈은 희망인 건가 아니면 헛된 욕망인 걸까.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오늘 이 그림책 속 작은 생쥐에게서 희망을 읽었다. 꿈을 대하는 생쥐의 태도에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머나먼 땅 이야기는 무척이나 멋지게 들려서 어린 생쥐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가보기 전까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만 같았어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꿈을 안고 산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걸까.


여느 쥐와 같이 낮에는 먹이를 찾고 밤에는 늙은 생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평범한 일상을 어린 생쥐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생쥐가 해주는 이야기 중 머나먼 땅에 어린 생쥐는 매료된다. 몰랐으면 모를까 멋진 곳에 대한 환상이 심어져 버린 생쥐는 더 이상 현실에 만족할 수 없었다. 마치 더 높이 하늘을 날고 싶었던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처럼.


머나먼 땅을 결코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었던 어린 생쥐는 결국 길을 나선다. 처음 그곳 이야기를 들려주던 늙은 생쥐는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며 떠나려는 생쥐를 말린다. 어처구니없다. 이루지 못할 희망을 품게 왜 그는 머나먼 땅 얘기를 해준 걸까. 처음부터 알려주지나 말지. 막상 그것을 탐하니 꿈꾸지 말라 한다. 그러나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안 이상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늙은 생쥐 말을 따라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린 생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평생 품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 강을 무슨 수로 건너지?" 생쥐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 오래된 말을 좋아한다. 너무나 흔하고 진부한 이 경구는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진리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 간절히 소망하며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고 정진하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길이 열릴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에게 뜬금없는 행운도 없는 법이다.


그건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느낌 같은 것


여기 우리 어린 생쥐도 그렇다. 가슴에 꿈을 품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위험을 무릅쓴 여정을 떠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좋아한다.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발 내디뎌 시작을 감행한다는 건 거의 일을 마친 거나 다름없다. 너무 긴 신중함은 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신중함은 신중이 아닌 결단 부족과 우유부단일 수 있다.


현실에 머물러 방심하던 뚱뚱한 늙은 쥐의 비참한 최후를 보고 어린 생쥐는 다시금 머나먼 땅을 향해 나아간다. 어찌 그 여정에 어려움이 없으랴.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과연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다가 힘든 일을 만나겠지만, 실망하지 마라. 네 가슴에 희망이 있는 한, 머나먼 땅에 닿게 될 거야.


머나먼 땅으로 가는 길에 어린 생쥐는 요술 개구리를 만난다. 꿈을 갖고 용기를 낸 자에게는 꼭 기회라는 귀인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은인에게서 어린 생쥐는 또 하나를 배운다. 조건 없는 순수한 베풂을 받은 자는 그대로 자기 자신도 똑같이 어려운 이를 지나치지 못한다. 도움을 받았다 해서 꼭 다시 베푸는 행위도 실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제삼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선한 영향력, 정말 숭고한 일이다.


여기 우리 어린 생쥐는 요술 개구리에게서 기다란 뒷다리를 받아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후 머나먼 땅으로 떠나는 여정 중에 만나는 눈이 먼 들소에게는 눈을, 냄새를 맡지 못하는 늑대에게는 코를 생쥐는 내어준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아직 꿈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본인한테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준다면 어찌 꿈을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조그맣고 보잘것없는 작은 생쥐는 측은한 마음으로 위대하고 크나큰 선물을 기꺼이 준다.


그렇게 했기에 어린 생쥐는 들소와 늑대의 보호 아래 머나먼 땅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보지 못하고 냄새를 맡지는 못하지만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다. 생쥐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생쥐가 아니었다.



어린 생쥐의 여정은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결국 도달한 머나먼 땅에서 생쥐는 회한의 눈물을 터뜨리지만 하늘은 어린 생쥐를 저버리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하물며 생쥐는 스스로뿐만이 아닌 주변마저 돕지 않았는가. 어린 생쥐는 또 다른 존재가 되어 그만한 보상을 만끽하게 된다. 그런 결말이 세상의 순리며 마땅한 이치가 아닐까.


나의 이익만을 쫓지 않고 주변을 돌보며 함께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공동체가 함께 이뤄나가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여기 어린 생쥐에게서 배운다.


당신은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당신 마음속에 가진 꿈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면 오늘 여기 차원이 다른 비상을 떠올려 보자.


하루하루 애쓰는 당신에게 나도 요술 개구리처럼 주문을 걸어주고 싶다.

자, 높이 뛰어올라라!
지금부터 네 이름은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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