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비빔면

: 외계인 아이

by 윌버와 샬롯

아이는 이유 모를 짜증을 부린다.

아이 문이 잠긴다.


때가 되어 먹을 것을 주면 풀릴까.

유재석이 광고하는 비빔면을 끓인다.

계란을 네 개 삶고, 콩나물을 데치고, 오이를 썰고, 사과를 깎고, 키위를 자른다.


네 개의 대접에 찬물로 헹군 삶은 면을 똑같이 나누어 담는다.

고명을 둥그렇게 두르고 빨간 비빔장을 얹는다.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내온다.


똑똑.

어서 와서 먹어.

늦으면 불어서 맛없어져.


몇 번의 부름에도 요지부동.

비빔면 한 그릇만 주인이 없다.


고구마 삶았어.

어서 와서 먹어봐.

문은 열리지 않는다.


놀면 뭐하니 시작한다.


엄마는 뚝배기 계란찜을 불에 올리고 아빠는 오리고기를 굽는다.

그제야 아이는 티브이 앞으로 온다.


이거 좀 불었는데 그래도 맛이라도 볼래?

참기름 한 스푼 더 얹고 엄마는 대신 비벼준다.

아이는 조금 먹고 별로라며 밀어낸다.


엄마는 계란찜을 상에 올리고 아빠는 고기를 다 구웠다.

3개의 흰밥을 푸고 엄마는 먹다 만 비빔면을 먹는다.

유재석을 보며 아이는 밥을 먹는다.

그리고 웃는다.


아이는 늦은 숙제를 시작한다.

다른 아이는 소리 내 책을 읽는다.

아빠는 이리저리 티브이 채널을 돌린다.

엄마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만지작거린다.


비가 속살거린다.

누가 불러주기만 하면 고마워서 바로 뛰어나갔겠지만 비만 재잘거린다.


비가 내린다.

소곤소곤 그렇게 오늘은 비가 내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