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이유 모를 짜증을 부린다.
아이 문이 잠긴다.
때가 되어 먹을 것을 주면 풀릴까.
유재석이 광고하는 비빔면을 끓인다.
계란을 네 개 삶고, 콩나물을 데치고, 오이를 썰고, 사과를 깎고, 키위를 자른다.
네 개의 대접에 찬물로 헹군 삶은 면을 똑같이 나누어 담는다.
고명을 둥그렇게 두르고 빨간 비빔장을 얹는다.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내온다.
똑똑.
어서 와서 먹어.
늦으면 불어서 맛없어져.
몇 번의 부름에도 요지부동.
비빔면 한 그릇만 주인이 없다.
고구마 삶았어.
어서 와서 먹어봐.
문은 열리지 않는다.
놀면 뭐하니 시작한다.
엄마는 뚝배기 계란찜을 불에 올리고 아빠는 오리고기를 굽는다.
그제야 아이는 티브이 앞으로 온다.
이거 좀 불었는데 그래도 맛이라도 볼래?
참기름 한 스푼 더 얹고 엄마는 대신 비벼준다.
아이는 조금 먹고 별로라며 밀어낸다.
엄마는 계란찜을 상에 올리고 아빠는 고기를 다 구웠다.
3개의 흰밥을 푸고 엄마는 먹다 만 비빔면을 먹는다.
유재석을 보며 아이는 밥을 먹는다.
그리고 웃는다.
아이는 늦은 숙제를 시작한다.
다른 아이는 소리 내 책을 읽는다.
아빠는 이리저리 티브이 채널을 돌린다.
엄마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만지작거린다.
비가 속살거린다.
누가 불러주기만 하면 고마워서 바로 뛰어나갔겠지만 비만 재잘거린다.
비가 내린다.
소곤소곤 그렇게 오늘은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