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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Oct 25. 2022

[책방일기] 오늘 나보다 운수 안 좋은 사람 다 나오기

: 모두 다 싫어

청소기도 돌렸고 대충 집안일을 마치고 출근하려는데 아침에 세탁기에 넣어 돌린 이불이 보입니다. 아, 이걸 깜빡했네. 다시 어깨에 맨 백팩을 내려놓고 이불을 으쌰하고 넙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옵니다. 비닐에 담긴 것을 통에 버리고 봉투만 따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으, 살짝 국물이 손에 흘러 묻은 것도 같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뭔가 물컹~ 아, 이건 뭘까요? 손가락에 묻은 하얀 액체의 정체는요. 네 맞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거!


주차한 차에 새똥이 묻었어도 이렇게까지 기분이 참담하지는 않았는데(남편은 안 그렇겠지만요) 살면서 새똥도 맞아보네요. 대학 때 동기 여자 친구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새똥을 맞아서 그대로 자체 휴강하고 다시 집에 갔더라는 에피소드가 선연히 기억나요. 저도 그랬어요. 바로 발길을 돌려 정말 집에 가고 싶었어요. 


손에 떨어진 게 어디냐. 다행히 나에겐 휴지가 있지 않았더냐. 머리에 떨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그러니 난 책방으로 출근한다.


마음을 가다듬어 긍정 마인드로 리셋하고 다시 걷습니다.


아, 눈앞에서 책방까지 가는 버스가 바로 휙 떠납니다. 항상 걷는 길에 오늘따라 큰 중장비차가 딱 길을 막고 있습니다. 돌아서 갑니다. 큰 대로변 건널목에 당도하니 초록색 점멸등이 넷 셋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너기에는 큰 도로여서 뛴다 해도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차분히 다음 초록색 신호를 기다립니다. 오늘 지각인 건가.


책방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박박 손을 씻습니다. 오늘의 액운을 모두 씻어 내리듯이. 바로 로션도 바릅니다. 혹시나 냄새가 날까 킁킁 맡아봅니다. 이건 로션 냄새인가, 새님의 향인가.


친한 지인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제부터 기분이 안 좋아~"


언니, 방금 새똥 맞은 나보다 기분이 안 좋을까? ㅋ


모두 다 싫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의 전화 한 통화로 긍정 회복!


얼마나 오늘이 재미있을라고 아침부터 이렇지요? 아무튼 신기하게 기대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모두 운수 좋은 날~!


(아, 근데 이 똥파리는 또 언제 들어온거야? 아 진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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