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를 살 것. 그리고 그 하루를 다시 살아볼 것. 긴장과 걱정 때문에 첫째 날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벽장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눈만 질끈 감으면 원하는 과거로 갈 수 있는 시간 여행. 어쩜 이리 간단할 수있지. 타임머신 같은 그 어떤 장비도 없이 일상에서 참 쉬운 방법으로, 어쩌면 조금 촌스럽기도 한 방식으로 시간 여행을 제시한 영화, 어바웃 타임이다. 장치가 촌스럽다 해서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마저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 전반부는 좀 지루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도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한 방식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 영화를 본 가족 중에서도 갑자기 빵 하고 펑펑 울게 하는 장면은 일치했다. 그러나 그 눈물의 근원이 각기 서로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보았던 영화 장면은 같아도 각자 기억의 소환이 다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생각나는 사람, 부모가 되었기에 이제는 어린 자녀가 생각나는 사람, 이렇게 둘로 갈렸다. 받은 사랑과 줘야 할 사랑 두 지점에서 눈물의 의미가 달라진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시간 여행은 뭐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저 한적한 바닷가에서 여유롭게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날이다. 모두들 그 지점에서 눈물을 쏟아냈다.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로도 뭐라 표현 못하겠는데 뭔가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그날이 그때는 아무것도 아닌 날이었겠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날, 그 아름다운 날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랬을까.
우리에게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많은 찬란한 날이 얼마나 많이 지나갔을까. 분명 따사롭고 은은한 향이 났었을 텐데. 우리는 많이 놓치며 살았을 거고 아마 지금도 그러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