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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

: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by 윌버와 샬롯

가까운 도서관에서 진행된 저자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림책테라피가 도대체 무엇인지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늦은 저녁 시간의 강연이었지만 그림책을 더 사랑하게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티파니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주위에 반짝이는 보물이 담긴 궤짝들이 있는 거야.
티파니가 물었어.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
강도들은 말문이 막혀 횡설수설했단다.
강도들은 자기네 재산을 어떻게 쓸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

「세 강도」(시공주니어) 중에서


저자는 이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티파니의 물음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있는지 어른인 자신한테 묻는 것 같았다고요. 물론 그 생각은 오롯이 자신만의 생각이라 했습니다.


저자는 그림책테라피 강의를 하며 뜻밖의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요. 여러 사람과 한 권의 짧은 그림책을 읽는데도 본인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느낌과 해석에 많이 놀라웠다고 합니다. 또 그 다양한 시각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림책테라피 활동으로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말합니다.


"와달라고 해서 갔고, 읽어달라고 해서 읽어줬는데 여기 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람이 살아온 인생 배경에 따라 그림책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 감상을 부정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그림책의 힘을 빌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 서로가 다름을 받아들여 각자 시야가 넓어져 서로 대립하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세계 평화를 이루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하하."


그림책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겠다는 저자의 거대한 포부가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곱씹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역시 그림책 만만한 것이 아니었어. 요놈 큰 일을 할 수 있겠는걸.' 하고 말이죠.


그림책테라피 강의를 약식으로 직접 체험하며 들은 강의는 꽤 유쾌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오랜만에 낯선 이들과 나눈 교감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요.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서로에게 이끌리고 의지하며 삶을 살아가는 거 아닐까요. 진정 작가 말처럼 그림책으로 세계 평화를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 번 믿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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