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생님, 저를 위해 그렇게 울지 마세요.

: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

by 윌버와 샬롯


어느 날 신문에서 한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매일 교실에서 그림책 한 권을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신다는 선생님의 기사였는데 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해서 찾아보았다.




이태숙 선생님은 나랑 너무 닮은 점이 많은 분이시다. 고향도 가깝고 가족관계도 그렇고 취미나 취향까지, 읽는 내내 남 같지 않고 언니처럼 느껴졌다. 요즘 만보 걷기를 실천 중인데 책에 쓰인 선생님의 생활지침에서도 하루에 만보를 걷는다는 항목이 확 하고 눈에 들어왔다. 여러모로 너무나 뵙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분이다.


이태숙 선생님의 생활지침


"선생님, 저 괜찮아요. 저를 위해 그렇게 울지 마세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읽어주신 책들의 얘기가 그 속에 나도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그림책 주제가 친구와 가족인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운 아이한테 마음이 쓰이는 선생님 모습에 감동받으면서 책 속 아이에서 내 아이를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그림책과 그 일련의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성장하는 모습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처럼 그저 내 아이에게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옆에서 꼭 안아주는 것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문제에 대한 어떤 확실하거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는 것 말고 아이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변함없이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것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새기게 했다.


아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도구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그림책만큼 유용하고도 쉬운 것이 있을까. 선생님은 그 방법을 아셨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셨다는 게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특히나 본인을 들여다보고 자기만의 그림책을 아이 스스로 만드는 활동은 너무나 훌륭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집 아이들과 친구를 모아 동아리처럼 최근까지 엄마표 북클럽을 했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했으니 그림책부터 시작해 마지막에는 고전 철학 책까지 함께 했. 오랜 시간 꽤 많은 책을 읽어주긴 했다.


책을 읽어주면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어떤 맹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육아 중에 그나마 제일 쉬운 게 책이라도 읽어주는 거여서 그걸 했던 것 같다. 몸으로 놀아주는 것도, 물며 빨며 다정하게 엄마 노릇하는 것도 내게는 여느 엄마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효율적인 육아라 생각했다. 아마도 다른 좋은 것을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을 조금은 감춰주는 위장술이었을 수도 있다.


그림책을 스스로 집을 수 있을 나이부터 열심히 책을 본 아이들의 지금은 어떨까. 완벽하고도 전인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아직 모른다. 아이는 아직도 커가는 중이니까. 단 한 가지 확실히 얻은 건 있다. 책을 편안하게 생각하며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에 있어 오직 책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도구를 쓰든, 아니 어떤 도구가 없다 해도 함께 있는 사람의 공감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태숙 선생님은 그림책으로 그 역할을 하고 계신 거다. 아이의 마음을 그림책이라는 도구로 어루만져 주고 계 거다.




이태숙 선생님을 만난 책 속 아이들이 부러웠다. 당장 내년에라도 우리 아이들도 이런 분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살면서 아이들이 이런 따뜻한 스승을 뵐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엄마가 이끄는 엄마표 북클럽은 마무리했지만 동아리를 함께 하던 아이들은 북클럽을 끝내지 못했다. 엄마들은 빠지고 스스로가 책모임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 돌아가며 리더가 되어 책을 선정하고 얘기를 나누고 독후활동도 하는 듯하다.


책을 매개로 같이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냥 예쁘다. 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는 중이다.



keyword
이전 04화너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