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오전 9시.
진짜 어려웠다. 9시에 도착한 센터는 그야말로 너무 낯설었다. 아이들 몇몇이 앉아서 놀고 있었고, 벨을 누르자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달려 나와서는 문을 열어주었다.
”아.. 안녕.. 하세요..? “
하며 들어가서는 눈에 보이는 선생님께 다가갔다. 그 선생님은 퍼즐 맞추기를 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저. 봉사 왔는데… 혹시… 어디에서…”
“아… 저도 봉사 선생님이라서요…”
하며 고개를 휙돌렸다. 에엥? 그냥 봉사하면 되는겨? 하며 당황하는 찰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봉사 오셨어요?”
원장선생님이셨다.
“아. 네.”
봉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앞으로 올 때마다 기록해야 할 일지를 작성하고 멀뚱 멀뚱이 서있었다. 원장님과 최대한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자, 역시나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원장님이 날 바라봐 주신 것이었다.
아니… 당황스럽게도… 원장님이 오히려 왜 그러냐는 듯 날 보시며 말씀하셨다.
“아…! 아이들이랑 놀아주시면 돼요”
전날 제발 듣지 않았으면… 하며 기도했던 문장이었다. 정확히 토씨하나 안 틀리고…
차라리 특정한 일을 시키는 것이 나았다… 이렇게 명확히 할 일이 없는 경우가 더 뻘쭘하고 낯설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멀뚱히 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어물쩍 거릴 때, 누군가가 나의 팔을 쓱 건드렸다.
“선생님! 오늘 처음이신데! 첫날부터 죄송한데요! 저랑 퍼즐 좀 맞춰 주시겠어요?”
순두부 같이 귀엽게 생긴 한 남자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전혀 죄송할 것이 없었다. 그 아이는 나의 구원자였다. 당장이라도 넙쭉 절이라도 할 뻔했지만, 그 욕구를 참고 퍼즐을 맞추러 갔다.
아이의 이름은 ‘김아룬’(가명) 초등학생 1학년이었다.
아이는 퍼즐을 맞추며 조잘거렸다. 사실 초등학생을 대해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로 아기처럼 다뤄야 하는지, 혹은 편하게 대해도 되는지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유일한 표본이었다. 앞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첫 연구대상이었다.
퍼즐을 맞추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룬이 쪽을 바라보니… 이게 뭐람… 나만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같이 맞추자며! 아룬이는 나를 응원하기만 했고…. 내가 다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퍼즐을 맞추며 느낀 것이 있었다. 아직까지 초등학생들의 인내심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두어 개 맞추고는 쉽게 질려버린다. 그러고는 선생님한테 다 시키는 것이 아닌가!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응원을 해줘야 하나…? 왜 선생님만 맞추고 있냐고 물어봐야 하나…?’
이렇게나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들과 친해졌을 무렵에는
“@@아!!! 너! 선생님만 시키고!! 너 왜 안 맞춰!!! 이리 와!”
하는 선생님이 되어버렸단 말이다(ㅋㅋ)
두 번째 사실, 초등학생들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참고로 ‘아룬’이는 꽤나 엘리트 같은 느낌이었다. 아룬이는 처음에는 ’ 볼링‘으로 자랑을 시작했다.
자신이 100 정도 친다는 자랑이었다.
나는 보통 150을 친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했다.
‘희망을 가지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못 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하나…’
결국 나는 못 친다고 했다. 그러니 아룬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선생님이 못 치는 게 아니라… 제가 잘 치는 거예요…”
이때부터 슬슬 느끼기 시작했다. 아- 그냥 대하면 되는구나. 나랑 비슷한 수준이구나. (나도 별반 초등학생들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전공지식만 조금 있을 뿐)
조금 있으니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줍게 다가와서는 괜히 도와주는 아이들부터… 처음 보는 선생님이라며 누군지 물어보는 아이들.
평소에 시선이 몰린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그 어떤 뜻도 담긴 것이 아닌 ‘관심’이었다. 그 관심은 어찌나 가볍고도 간질거리던지, 길거리에서 만난 강아지 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