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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해이 Sep 22. 2024

작은 사회의 시작.

무리 짓기


어릴 적부터 나는 일정한 친구들하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단짝’이라는 개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단짝’이랑 놀더라도 같이 놀고 싶다는 친구들까지 함께 끼워주었기 때문이다.


학부모 상담 시기 때가 있다. 매년 바뀌는 담임 선생님들 모두 엄마에게 말한다.



"해이는 애들을 몰고 다녀요. 술래잡기를 하는데, 전교생이랑 하는 느낌이더군요."



술래잡기를 변형시킨 ’ 매두사 게임‘ (내가 만들었다.)

하고 싶다는 애들을 다 끼워주니, 모르는 친구부터 다른 학년까지… 아무튼 그렇게 살아왔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여중으로 진학을 하며 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라는 독립적인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이랑 수다를 떨거나 혹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놀지는 않았다. 옆에 있었던 여자인 친구들도 전부 활발한 성향이었기 때문에 내 친구, 내 무리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여중에 왔는데, 웬걸. 무리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적응 못하길 여러 번. 무리 짓고 이간질하는 그 성정들이 너무나도 싫어진 것이다.





센터에서는 원장님과 센터 선생님들이 한 달 활동을 짜고, 그 계획대로 활동을 진행한다. 활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도 있고, 안전교육이나 금융교육부터 재미있는 창의적 활동까지 다양하다.



내가 처음으로 간 날에는 ‘계란판으로 동물원 만들기’였다. 조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못해서 어물쩍 거리다가 한 조 옆에 앉았다. 어떻게 할지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미 조 안에서 한 무리가 보이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 셋. 이 삼공주는 서로 너무 친했다. 3학년 아이들이었고, 센터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는 제법 큰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언니, 혹은 누나인 셈이다. 그 셋은 활동을 참여하고 있었다. 문제는 나머지 두 아이들이었다.



이 두 아이들 간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이 점이 너무 웃겼다.



우선 편 가르기 상황이 발생을 한 것이다. 원래부터 요 무리가 폐쇄적인 경향이 있었는지, 계시던 선생님들이 수시로 ‘너희들끼리 하지 말고 같이 의논해서 해!’ ‘조원들이 다들 동의한 거 맞아? 너네들끼리 정한 거 아니지?’라는 말을 한다.



삼공주는 공간의 암묵적인 쎈캐*였고, 암묵적인 무리였다. 아이들이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따 시키는 나쁜 아이들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무리’라는 것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문제가 생길 법한 구도였다. 내 옆에 있던 ‘시우‘라는 2학년 아이는 울었다. 참여하고 싶지만 끼워주지 않는 상황에 복합적인 혼란함이 온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다른 계란판을 가져왔고, ’ 시우‘와 나는 ’ 시우의 동물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두 명이라고 했는데, 언급하지 않은 한 명에 대해 궁금하실 것이다.



이 친구는 특이했다. ’ 마이웨이‘의 전형적인 성격이었다. 너네가 끼워주던~말건~ 난 나의 길을 간다!라는 표정과 말투와 행동으로 너무나도 태연하게 잘 놀고 있었다. 나를 그려주겠다며 그림까지 그려주었다. (예쁘게 그려줬는데, 사진 찍거나 그림을 받아오지는 않았다. 이렇게 기록할 줄 알았으면 조금 아쉽긴 하다.)



4차원이었다. 가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신이 나면 이상한 춤을 추긴 했지만, 제법 재미있었다.



나는 이중 어떤 곳에 속했을까?


아무래도 나는 ’ 마이웨이‘는 아니고…. 내가 무리에 속한 상황이었다면, 다섯 명이 함께 활동했겠지만 애초에 내가 무리에 속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시우’처럼 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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