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의 시작

내가 갈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by 장동혁

* 2005년 서울 월곡동


내가 '갈등'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십여 년 전, 차 안에서 받은 한통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장맛비가 요란하게 차 지붕을 두드리던 어느 여름날,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골목에 차를 세운 뒤, 그녀가 좋아했던 은행나무 길 사진을 담아 보냈다.


그렇게 무심코 보낸 메시지는

결코 잊히지 않을 답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의 기억들까지 모조리 지우고 싶네요”





지축이 울렸고,

잠잠해지자 바닥으로부터 뜨거운 게 올라왔다.

예감조차 없던 천 길 거리감에 아득해질 따름이었다.


어디서부터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묻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관계는 잘려나갔다.




우리 안에는 관계의 정원이 있다.

나이 들어가며 정원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식 정원처럼 자로 잰듯한 관리로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정원.

금각사처럼 은은한 관심과 배려로 고즈넉함이 흐르는 정원.

무심한 듯 침범도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처럼 건강미 넘치는 정원.




우리는 관계를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계를 맺어간다.

그래서 관계는 어렵다.


관계를 잘 맺고 관리하는 법 어디 없을까.

세상일이 그렇듯 정답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볼 수 있어야 한다.

볼 수 없으면 관리할 수도 없다.



가슴 한켠이 퀭하니 비어버린 그날 오후 나는,

고통과 회한으로 뒤틀린 나무 한그루를 만났고,

관계의 이상현상인 갈등(葛藤)을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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