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어제 밤,
홀로 숲으로 가다 (by 베른트 하인리히) 라는 책을 뒤적이다가 잠이 들었다. 아무 대화 없이 가만히 밤의 소리를 듣는일, 지천에 널린 나무열매를 따먹고 곤충들의 생김을 관찰하고 신비롭다 여기는 그 순간을 사는 일상들,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인지! 라고 탄성을 외치는 저자를 흘깃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8시, 꽃같이 아름다운 날들 되라는 친구의 메시지와 함께 꽃이 집앞으로 배달되었다는 안내 문자. 집어 들고 둘리비디오로 가는 길에 어디선가 막 내린 커피향이 코끝을 스쳤다. 조심스레 언박싱 하고 씻어둔 파스타소스 병에 담아 두었다.
꽃 다섯송이에 마음이 꽉찬 느낌이다. 내일, 생일을 맞는 두 친구에게도 이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어서 꽃을 보냈다. 어느 책에서인가, ‘선의를 주고받다보면 점점 효과가 배가 되어 그 규모가 첫 사람이 베푼 선의의 세배에서 다섯배 수준으로 커진다.’ 라는 말이 기억났다.
친구의 마음 덕에 나도 오렌지빛 마음을 둘에게 보냈다.비록 우리가 월급 노예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호사스러움을 맛보자고, 향기로운 사람임을 잊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