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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Jan 27. 2024

9화. 따뜻한 언니들

다음날 간 의류 포장 회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몽골 해진다. 겨울이었지만 그곳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소공장 밀집 지역 가운데 있었던 의류 포장 회사는 제법 규모가 컸다. 창고 몇 개로 이루어지고 홈쇼핑에서 주문받은 의류를 택배 포장하는 곳이었다. 의류 포장 회사는 처음이라 그곳으로 가라고 전화를 하는 김상무의 음성엔 걱정이 서려 있었다.     


나도 또 새로운 곳에 새롭게 가서 받을 구박을 생각하며 마음을 졸였다. 포장하는 창고에는 2명의 반장 언니들이 있었고 5명쯤 알바들이 있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3명쯤의 중년 아줌마들과 2명의 20대 여자애였다.     


이런 의류 회사는 주문으로 나갔다가 다시 반품된 옷들 중 깨끗한 옷들을 선별하여 다시 포장하여 창고에 보관하는 일도 중요했다.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상하게 다시 반품된 옷들의 90%는 포장마저 뜯지 않은 상태이다)   

   

가장 기술은 반품된 옷들을 깨끗이 다시 접어 포장하는 이다. 보통은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높은 작업대 앞에 서서 옷을 접는다. (양품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기계와 같은 손놀림으로 택배 박스를 포장하는 일이다.      


작업장에 도착하자 반장들은 처음 온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언니 옆 작업대 앞에 세웠다. 반장은 친절하게 옷을 접는 법을 보여 주고 알려 주었다.      


‘처음이니까 빨리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금방 익숙해져요. 일단 천천히 하세요’     


머리 긴 반장 언니 (반장 1)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눈물이 살짝 났다. 구박받을까 봐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내 마음의 얼음을 녹이는 말이었다. 반장은 내가 하는 걸 한번 보더니 사라져 줬다.    

 

내가 다시 접는데 이번에는 옆의 언니가 슬쩍 말했다.     


‘(자기가 접는 걸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쉬워요!’     


하고 일러주었다. 나는 또 눈물이 났다. 알바 세계에도 따뜻한 언니들이 있구나!     


천천히 접기 시작하자 진짜 잘 접었다. 10분이 지나자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오전 내내 양품을 하는데 즐거웠다. 바깥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작업장은 히터도 틀어 따뜻했다.     


옆의 언니는 내게 옷을 비닐 포장지 안에 넣는 법도, 박스 안에 요령 있게 빨리 넣는 법도 다정하게 알려주었다. 행여 실수를 하면 ‘누구나 처음엔 다 그렇지!’하면 실수를 고쳐 주었다.     


나는 또 눈물이 났다. 쉬는 시간에 얘기해 보니 언니는 60대였다. 나는 놀랐다.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세련되게 입고 힙한 디자인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서 나와 같은 나이대거니 했었다.  


    


‘밖에서 일하는 데 긴장해 입고 화장도 꼭 해야지!’     


언니는 알바 일하면 시간도 잘 간다며 너무 좋다고, 일하러 올 때 꼭 화장을 하고 온다고 말했다. 비록 까대기 (반품 박스 까기)를 할지라도. 언니보다 어린 반장들이 험한 일을 시켜도 토 달지 않고 나서서 일했다.

    

나도 알바하러 올 때 옷도 멋있는 것으로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오기로 결심했다. 그게 내 인생을 가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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