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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Sep 21. 2018

'신토불이'의 오해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네가지 원칙. 그 두번째.

 앞선 포스팅에서는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네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그 중에서도 ‘일물전체’라는 개념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신토불이’에 대해서 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단어 자체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2000년대 초반,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이라는 문구가 유행하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수입산 농산물 대신 우리 농산물 구입을 장려할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 농산물이 몸에 더 좋으니 수입 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을 먹자, 는 주장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마크로비오틱에서 말하는 ‘신토불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신토불이는 한자로 쓰면 身土不二입니다. 직역하면, 몸(身)과 땅(土)은 둘이 아니다(不二),라는 뜻이고 의역하면 사람의 몸과 생활하는 환경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은 물, 공기 등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해외 여행이나 유학 중 물이 맞지 않아 피부나 머릿결이 상했다는 경험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로 몸살이 오는 경험도 많이 듣는 이야기 입니다.  이처럼 환경이 바뀌면 몸 상태는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몸은 그 곳에 맞는 먹거리, 풍습을 통해 환경에 적응해 갑니다. 이처럼 그 지역에서, 그 계절에 맞춰서 재배할수 있는 것을 먹으면 생활하는 지역의 기후, 습도 등 환경에 적응하기 쉬워진다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에서 말하는 ‘신토불이’의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운 여름철에는 몸의 열기를 식히는 채소가 재배됩니다. 가지, 오이, 토마토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편, 가을이 될수록 몸을 보하는 채소를 수확하기 시작합니다. 당근, 우엉 등의 뿌리채소가 대표적입니다.

여름에는 가지, 애호박,열무 등을 올린 비빔국수를 먹고, 가을에는 우엉과 당근을 넣은 된장국에 연근반찬을 곁들입니다

 해외의 예로도 알기 쉽습니다. 열대기후로 가면 몸의 열기를 식히고 몸을 이완시키는 힘이 더욱 강한 과일류이나, 고구마, 얌등 덩굴 식물이 주로 자랍니다. 추운 지역에서는 몸에 열기를 주는 육류를 즐겨 먹습니다.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끔 사람 몸에 맞는 것들이 자연에서 알아서 자라온 점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제철에 생산된 국산 농산물을 먹기를 권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살던 사람이 호주로 유학을 떠나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그 곳의 계절과 환경을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지와 오이가 나는 계절이라고, 지구 반대편의 호주의 겨울철에 한국산 가지와 오이를 먹는다면, 겨울철에 몸을 보하기는 커녕 역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국산 농산물이라고 해도, 하우스재배한 여름철 채소를 겨울철에 먹는 것은 ‘신토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환경에 몸을 적응 시키기 위해서는 그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의 흐름에 따라 제철음식을 먹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때문에 ‘신토불이’라는 단어가 무작정 ‘우리 농산물이 몸에 더 좋으니 수입 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을 먹자’는 주장에 사용되는 것은,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고개를 반 정도 밖에 끄덕일 수 없는 케이스입니다. 이처럼 국산 농산물이 무조건 수입산 농산물보다 뛰어나다는 국수주의적인 관점과 마크로비오틱에서 말하는 '신토불이'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언제든 국내에서 칠레의 아보카도도, 필리핀의 바나나도 싸게 사먹을 수 있는 2018년을 살아가며, 꿋꿋이 국산 수미감자만 먹고 살수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가 소개되고 있고,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하고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마크로비오틱과 신토불이를 즐겁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내 농산물의 품종 다양성과 품질 경쟁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산, 외부 지역산 작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는 이 시대에, 품질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신토불이는, 멀리 내다 보았을때 오히려 식문화, 농업의 발전을 저해, 고립시킬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품종과 높은 품질의 국산 농산물로 만들어낸 도쿄 Plus Veganique의 비건 플레이트

 같은 토마토를 사용한 요리이더라도, 샐러드로 먹을 것인지, 졸여서 라따뚜이를 만들것인지에 따라 품종을 나누고, 더 좋은 품질의 토마토를 구하기 위해 재배한 농가를 비교해보는 이야기는 더이상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혜화 등지에서 주말에 열리는 마르쉐에 나가, 농부들이 고민끝에 재배한 다양한 품종과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둘러보면,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산 제철 노지채소만 구입하고 살기에는 선택지와 구입처에 대한 정보 또한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먹어서는 안되거나, 무조건 지켜야 하는 강압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무조건 수입농산물을 배척하는 국수주의적인 개념 또한 아닙니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식품유통, 농업의 사정을 고려해, 실천가능한 범위안에서 '신토불이'를 일상에 들여와 보기를 권해봅니다. 또한, 다양한 품종과 높은 품질의 먹거리와 고민 끝에 이를 재배한 농부들과 만날 수 있는 마르쉐나 직거래장터를 방문해 보시기도 권해드립니다.

곧 또다른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오늘 소개한 신토불이에 대해서도 다른 원칙을 설명하며 조금씩 부연 설명을 할듯하니, '마크로비오틱 알아가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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