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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Sep 16. 2018

일물전체. 버리는 것이 없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네가지 원칙. 그 첫번째.

 앞선 포스팅에서는 마크로비오틱이라는 개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마크로비오틱은 넓은 관점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라이프스타일 전체에 걸친 개념이지만, 그 실천은 식생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은 이 네가지를 원칙으로 합니다. 



일물전체

신토불이

음양조화

곡물채식


 어디까지나 원칙이지만, 동물성 식품만을 배제한 채식이 아니라 그 밖에도 권장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도 마크로비오틱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일물전체’, ‘신토불이’라고 해도 단어 만으로는 좀처럼 이해가 어렵습니다. 이번 포스팅부터 조금씩 이러한 마크로비오틱의 네가지 원칙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마크로비오틱에는 먹어서는 절대 안되거나, 무조건 지켜야 하는 강압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때문에, 위의 네가지 요소도 어디까지나 '원칙'이고 장려하는 사항입니다.)

 

 그 첫번째는 일물전체입니다. 

 ‘일물전체’ 란 음식은 뿌리부터 껍질까지, 버리지 않고 먹자는 개념입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먹거리는 씨, 뿌리, 껍질, 과육 등 각 부위가 다 함께 연결되어 있을 때, 고유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껍질을 벗겨낸 백미는 물에 담궈 두어도 싹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미는 물에 담궈 두면 싹이 납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이처럼 불필요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재료가 지닌 고유의 에너지를, 되도록 버리는 부분 없이 감사히 받아 먹을것을 권합니다. 이 때문에도 주식으로는 백미가 아닌 현미를 먹습니다. 

현미에서 모티브를 얻은 마크로비오틱 쿠킹스쿨 리마의 로고.

 마크로비오틱은 창시자인 사쿠라자와 유키카즈(조지 오사와)가 일본의 식양법과 중국의 역학을 바탕으로 정리한 개념인 만큼, 동양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물전체와 같이, 환경이나 먹거리가 갖는 전체적인 연결이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또한 그렇습니다. 


 한편, 서양의 영양학의 관점에서 생각했을때에도 껍질과 씨앗 같이, 곡식, 채소의 과육이외의 부분은, 과육만으로는 부족해지기 쉬운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백미나 흰 밀가루와 같이 가공을 거친 곡물은 흡수와 분해가 빠른 당류가 주된 성분이고, 식이섬유를 비롯한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현미나 통밀, 또는 오트밀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마크로비오틱은 ‘전체’의 상태가 가장 균형이 잡혀있고, 생명력이 있기에, ‘일물전체’에 기반한 식생활을 권장합니다. 국내에서 마크로비오틱은 이 ‘일물전체’에 기반한 식생활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정말로 버리지 않고 다 먹느냐며 조금은 난감해하며 질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물전체는 어디까지나 ‘가급적’, ‘먹을수 있는 부위’는 버리지 않고 먹자는 생각입니다. 바나나 껍질, 포도 줄기까지 다 먹자는것이 아니고, 쌀의 껍질을 벗긴 백미보다는, 껍질도 버리지 않고 현미를 먹는다던가, 먹을수 있는데도 버리고 있는 양배추심, 단호박껍질, 얇은 토마토 껍질 등도 사용하는것이 이런 일물전체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이 오해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서도 소개한바 있습니다.

 이렇게 껍질, 뿌리 등도 버리지 않고 먹기 때문에, 채소를 씻을 때에는 솔이나 부드러운 천으로 깨끗하게 씻은 뒤 조리합니다. 당근 머리도 통째로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흙이 끼어 더러운 부분만 도려내고 사용합니다.

흙이 묻어서 짙은 갈색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엉 껍질은 원래 저런 색입니다. 우엉과 당근도 젖은 천이나 솔로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기지 않고 조리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도쿄의 마크로비오틱 쿠킹스쿨 리마에서는 실습도중 사정상 사용하지 않게 된 부분이 있거든, 모아서 그자리에서 다른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가지의 끝부분, 피망 씨앗 등을 모아두었다가 어시스턴트분이 만들어준 야채튀김은 식감도 살아있고 다른 야채튀김과 별반 다를바 없이 맛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10명이 넘는 사람의 식사를 준비해도 음식물 쓰레기는 한줌이 나올까 말까 합니다. 이렇게 일물전체를 의식한 식생활은 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상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껍질을 벗기거나 뿌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은 조리과정도 생략할수 있기 때문에, 조리가 더 심플해지기도 합니다.

가지와 피망의 끝부분은 잘게 썰고 튀김옷을 입혀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 냅니다.
저 역시 비건 단호박 치즈 케이크를 만들때에도 일물전체를 의식해, 단호박의 껍질부분도 버리지 않고 곱게 갈아, 바닥 크러스트에  사용합니다.

 이렇게 일물전체에 기반한 식생활을 하다보면, 일상속의 작은 변화가 모여, 나도 모르게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해갑니다. 조리를 하다가 나온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 너무나도 작은 변화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은 이러한 작은 변화가 모여 바뀌는 것이고 누군가의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가 모여 큰 움직임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물전체에 기반한 식생활도, 마크로비오틱이 식생활을 넘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점을 엿볼수 있는 한가지 모습이기도 합니다.


 다음주에도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오늘 소개한 일물전체에 대해서도 다른 원칙을 설명하며 조금씩 부연 설명을 할듯하니, '마크로비오틱 알아가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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