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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이직에 대하여

by HEY리무

20대 끝자락에서 다시금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돌아켜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들을 만났다.


법학과에 진학해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다. 법대는 졸업 시험을 봐야했고, 신문방송학과는 졸업 작품을 내거나 졸업논문을 써야했다. 물론 나는 법대 졸업시험도 봤고, 신문방송학과 졸업논문도 썼다. 졸업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졸업하고 나니 학사가 두개라 뿌듯했다.


대학다닐 때,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했다. 택배 승하차 단기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잡지 공장에서 잡지에 쿠폰 붙이는 알바도 해봤다. 곱창집에서 서빙 알바도 해봤고, 애슐리 주방에서도 일해 봤다. 제일 많이 해본 건 텔레마케팅 알바였다. 시급도 세고, 나름대로 근무환경도 좋은 알바라 많이 했었다.

주로 삼성카드 아웃바운드를 해서, 카드를 교체해주거나 팔았다. 그 당시에 카드사 아웃바운드 업무를 하면서, 카드 실적이나 혜택에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실적은 낮고, 나에게 유익한 혜택은 많은 카드를 찾고 찾아서 당시 썼던 카드는 외환은행 윙고카드였다! 신문방송학과 수업 중에 어떤 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그것에 대한 통합마케팅을 하는 게 조별 과제였는데, 우리 조는 외환 윙고카드를 마케팅했었다. 알바한 경험이 참 빛을 발하는 순간 중 하나였다.

한번은 세븐일레븐 고객센터 인바운드도 해봤었다. 편의점의 생리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편의점 고객도 고객이지만, 점주도 고객인 느낌. 그래서 점주가 전화하는 루트가 따로 있고, 고객이 전화거는 루트가 따로 있었다. 점주를 관리하는 FC(?)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신선식품 MD들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무엇보다 텔레마케터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은 매일 매순간했었다. 그리고 인바운드보다는 아웃바운드가 훨씬 낫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렇게 나름대로 방학마다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졸업을 앞둔 수료생일 때는 아주 작은 바이럴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카페랑 웹사이트에 병의원 시술 관련한 글을 쓰는 게 주 업무였다. 난이도는 굉장히 낮았고, 난이도 대비 시급도 괜찮았다. 근데 너무나도 보람이 없었다. 그렇게 3개월정도 일했고, 재택근무로 2개월정도 더 근무했던 것 같다. 내 생각이나 입장을 글로 쓰는 건 아니었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인턴생활을 마치고 취업준비를 시작했고, 스타트업인 듯한 프로모션회사에 취업했다. 첫 업무는 광고제를 분석하는 일이었고, 이런 걸 하는데 돈도 주다니 싶었다. 근데 내부 팀별로 경쟁시키고, 꼴등한 팀은 다 해고하는 형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조직된 팀의 첫 팀원이었는데, 첫 평가에서 우리 팀이 꼴찌를 했다. 그래서 팀장님이 해고 당했고, 어찌저찌 엉겁결에 팀장이 되었다. 프로모션 앱을 만들어야 하는 거라 디자이너도 뽑고, 개발자도 뽑았었다. 그 때 생각하면 뭐 그런 조직이 있나 싶은데, 거길 거의 1년정도 다녔다. 이틀밤을 꼬박새고, 찜질방에서 잠깐 씻고 다시 출근하고 했었다. 우리 팀은 사진을 찍어서 웹툰처럼 대화하는 앱을 만들었다. 웹툰 필터 카메라 앱을 사고, 편집하는 툴은 외주 개발에 맡기고, 텔레그램 코드를 뜯어서 채팅할 수 있게 했다. 총 3-4개의 앱을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다른 팀은 0에서부터 시작해 앱을 만들기도 했는데, 우리는 기존 코드를 붙이는 거라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꼴등을 주로 했고, 난 늘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어떤 팀은 VR앱을 만들기도 했고, 어떤 팀은 AR앱을 만들기도 했고, 어떤 팀은 심부름 앱 같은 걸 만들기도 했다. 결국 아무것도 세상에 나온 앱은 없었다. 그러나 몇 년뒤 그런 컨셉의 어플이 나왔고, 그럴 때마다 이 회사를 생각했다. 뭔가 사기꾼같은 회사였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팔아서 돈을 벌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여기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트업이나 앱개발 이런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기획자로 근무했었는데, 한번은 기획자도 하나씩 게임 앱을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유니티 프로그램을 깔아서 독학으로 배우면서 앱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VR이나 AR이 보편적이기 전부터 그런 개념들을 알게 됐고, 뷰포리아 등등 그런 프로그램도 알게 됐다.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특히나 그들을 관리하는 팀장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코딩도 어느 정도할 줄 알고, 디자인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진짜 멘탈이 붕괴되는 일을 제일 많이 겪은 곳이자 진짜 많은 것들을 배운 곳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이상한 스타트업 같은 곳에서 근무하면서 IT업계나 인터넷기업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거기서 퇴사하고 나서 또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했고, 네이버 메인에 채용박람회 배너가 하나 떴다. 그래서 무작정 채용박람회를 찾아갔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도 몇몇 있어서 갔더니, 상업계 고딩들이 학교에서 단체로 왔었고, 정작 내가 가고 싶은 회사 부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저기 돌아보고, 회사 소개서도 받고 하다가 어떤 협단체에서 인턴을 채용한다는 걸 보고 지원했고, 합격했다.


면접볼 때는 정규직 전환형인줄 알았으나, 첫 출근하고 나니 어떤 용역과제 프로젝트 기간에만 근무하는 채용형태였다며. 사기 당한 것 같았지만, 우선 열심히 다니기로 했다. 여기서 근무하면서 카드뉴스도 만들고, 현수막도 만들어야 했기에 포토샵이랑 일러스트도 배웠다. 6개월 정도만 근무하는 거였는데, 그 사이에 같은 팀에 있던 직원이 퇴사했고, 나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정직원으로 전환되었다. 나름대로 칼퇴도 하고,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 건 좋았는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전문성을 높인다거나, 커리어를 쌓기에는 직무가 너무 불분명했다. 이런 저런 넓은 범위의 일을 굉장히 얕게 하는 느낌이랄까. 20대때는 조금 힘들더라도 커리어를 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직을 결심했다.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콘텐츠 마케터로 이직했다. 스타트업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곳이 이상했던 걸까. 신입으로 들어간지 2개월 정도 지났을까. 면접 때나 일할 때는 말도 없던 평가를 운운하며, 퇴사를 강요했다. 경영진에 문제가 좀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던 찰나기는 했으나 기분이 매우 나빴고, 억울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퇴사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 할 수 있고,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세무회계공부를 시작했다.


실업급여 받으며 좀 쉬다가 2개월정도 공부해서 세무회계 자격증 4개를 땄다. 이 쪽 관련해 취업해야지 하던 찰나에 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회계 관련 업무도 하면서, 이런 저런 일도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며. 함께 일하자고. 그래서 그 법인에 합류해 일했다. 세무회계 업무에 대해서 조금 더 실질적으로 배우고, 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점점 그 것보다는 다른 업무가 늘어났다. 나는 세무회계 쪽 역량을 더 키우고 싶었는데, 사수도 없었고, 다른 업무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졌다. 여러 차례 이런 문제와 함께 내가 조직에서 겪는 어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만족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피드백이 돌아왔다. 몇 번 더 고민하다가 퇴사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이직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전산세무1급도 공부하면서. 바이럴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까지 치면 총 다섯개의 조직에서 근무했었다. 이직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주 하게 되면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인내심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며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잡호핑족이라는 말도 생겼고, 잦은 이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20대에 꽤 많고 다양한 조직을 경험해 본 게 결코 헛되진 않을 것 같다. 어디서든 배울 게 있었으니 말이다. 또 나름대로 점차 스킬업한 느낌도 있고..! 하지만 늘 굉장히 작은 조직만 겪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좀 규모가 있는 조직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전문적인 직무를 맡고 싶다. 또한 그 분이 보내셨다는 확신이 드는 곳으로 가고 싶다. 열심히 또 준비해보자!! 이 세상의 모든 잡호핑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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