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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READING GOING Dec 18. 2021

사 랑 해 사 랑 해

그냥 마음이 많이 허전했다. 


텅 빈 공간이 마음에 가득한 것 같았다. 

문득 나의 손목에 눈길이 갔다. 


손과 팔이 잇닿은 나의 손목.

열심히 자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가락에 비해

손목은 그냥 무심한 나의 마음처럼 아무 표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그 자리에 있다. 


나의 일부분으로 그냥 그 자리에 있었는데,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선 느낌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보상이 필요한 듯 했다. 

리본 달린 머리끈 하나라도 감아주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문득 문득 예쁜 팔찌 하나라도 나를 위해 선물할까?


며칠 후 친구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인 없는 팔찌가 있는데

찾으러 올 동안 하고 있겠냐고 묻는다. 


가는 팔찌였는데 하트가 무려 여섯 개나 있었다.

그것은 나를 보면서 ‘사 랑 해 사 랑 해’를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팔목에서 반짝이는 팔찌를 볼 때마다 

다시 되돌려 주어야하는 일시적 소유였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며칠 후

지난 3월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은 신촌의 세브란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해 금식 한 어머니를 모시고 휠체어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검사를 마치고 식사를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식사를 했다. 

작년에도 아버지와 함께 여러 번 병원에 왔었는데

그 때는 왜 함께 식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죄송함과 후회 때문에 맛을 느끼기도 전에 눈물이 고였다. 

오후에 일정이 있는 관계로 요양보호사에게 인계 후 병원을 나섰다. 


한참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팔목을 무심히 바라봤는데 

사 랑 해 사 랑 해팔찌가 보이지 않았다. 


돌려줘야 하는데... 어디로 갔지? 

이대로 가버렸나? 어쩌지?

너무나 많은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후 일정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상황에 마음만 조급했다.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연락을 했다. 


내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달라고 

팔찌라는 말도 하지 않고 혹시 반짝이는 물건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있는 병원 대기실.   

  

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바닥에 떨어져있던 것을 어머니는 가져오셨다. 

소소하지만 거짓말 같은 기적이다. 


저녁에 귀가하여 다시 만난 팔찌

사 랑 해 사 랑 해’ 수줍게 다가왔다.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다시 내게로 왔을까?     


친구에게서 온 분실물에 값을 지불하고

이제 그 팔찌는 나의 소유가 되었다. 

손목은 이제 더 이상 허전하지 않다. 


아버지가 되찾아 준 것 같은 사랑이 가득한 선물이다.      

사 랑 해 사 랑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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