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Pierre Cassigneul(1935~ ,프랑스)
창창한 힘을 뽐내며 결코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변심에 변심을 거듭하는 날들이다. 어떤 잎은 얼굴을 붉게 붉은 것이 자기는 변심한 일 없다고 되레 내게 성을 내고, 은행잎은 염치는 있던지 수줍게 노랗다. 자기 뜻 아니라고 항변하듯 플라타너스는 한 잎 한 잎 절명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올가을 잎은 유난히 말도 많고 변명도 가지각색이다. 어쩌면 내 속마음을 대변하는 듯도 싶다.
‘이 계절 함께 할 수 있을까?’라고 한 계절을 뗄 때마다 그 사람은 내게 이 말을 했다. 어느 해 가을이 들어선 날, 그 사람은 꿈에 나타나 이 말을 하곤 하얀 바위 뒤로 사라졌다. 나는 할 말이 있다고 쫓았지만 바위에 걸려 넘어졌고, 사라졌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데, 꿈에서조차 그 사람은 변함이 없다. 그 후로 계절은 내게 흔적 없는 생채기였고, 행여나 내가 가진 그 사람 기억마저 앗아갈까 봐 말을 아끼는 침묵은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기엔 가을볕은 너무 찬란하고, 그리움은 눈 부시다. 이 계절 늘 함께 할 순 없을까!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