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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un 11. 2020

[삼삼한] 꿈

Creative by 김점선

김점선 작가. 웃는 말 시리즈




운동을 시작하기 전 일이다. 옆 회원 출석부에 별 꼬리가 달린 한 문장이 눈에 띄웠다.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요~☆'라는 글귀. ‘어떤 꿈일까?' 궁금했다. 트레이너 분에게 꿈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꿈인지를 물었다. 창업했다는 것이다. 자기 이름을 내 건 트레이닝 센터를 한 번 해 보고 싶어 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디에 센터를 열었고, 그 지역은 다행히 센터가 많지 않아 잘 만하면 괜찮을 거라는 전망도 서로 주고받았다. 얘기는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자연스럽게 동네 얘기로 이어졌다. 최근 헬스·요가·필라·스피닝 센터가 근처에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 센터도 말일이면 매출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쯤에서 '고생 많으시네요!' '그래도 여기 센터는 이 동네 우량주잖아요!'라는 말로 위로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다.


요 몇 달 사이 '반찬가게'와 '헤어숍'이 부쩍 늘었다는 것으로 2막의 포문이 열렸다. '맞아요!'라는 맞장구는 끝을 보자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신호! 희희낙락 운동 시간을 잊을 만큼 얘기는 1년 전,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한 지점에서 멈췄다. 이 동네 상점 90%가 프랜차이즈라는 대목에서다.


바람떡이 일품이었던 '창ㅁ 떡집' 김치볶음밥에 계란 프라이 인심이 좋았던 'oo네' 튀김 범벅만큼은 최고였던 간판 없이 장사 꽤나 잘하던 그곳에는 '커피숍' '햄버거 전문점'에 이어 지금은 '반찬가게'가 성업 중이다. 3년 새 두세 점포가 문을 열고 닫은 것이다. 이쯤에서 얘기를 끝냈다. 동료의 꿈을 응원하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얘기였다. 하지만 꿈을 향해 떠난 동료의 미래가 마치 우리 동네 사정과 다를 바 없겠지라는 것으로 귀결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창ㅁ 떡집' 'oo네' '튀김 범벅 네' 모두는 꿈을 이루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곳을 떠난 것일게다. 그 뒤를 이은 '커피숍'과 '햄버거 집' 점주도 새롭고 신선한 꿈을 꾸고 더 큰 바다로 나간 것이다. 지금 들어온 새 반찬가게 역시 이곳은 꿈을 이루는 안성맞춤이라는 믿음으로 손수 장을 담그고, 김치를 버무리고, 밑반찬을 만드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꿈은 꾸는 이에게도 중요하고, 그 꿈을 바라보는 이에게도 소중하다. 자기를 꾸미고 가꾸는 마음의 꽃밭이고 자기 얼굴이기 때문이다. 동료의 꿈은 곧 내 꿈의 거울인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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