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랑을 위해 무얼 포기해야 했을까

<위대한 개츠비>이상하게 읽어 보기

by 책한엄마

이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재밌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바라보는 관점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비밀스러움을 감춘 채 부자로 살고 있는 개츠비, 결국 비련한 삶으로 마무리 되는 비극으로 순수하게 개츠비라는 인물에 집중해 읽었었다. 그 다음에는 데이지에 대해 읽었다. 그녀는 누구인가? 김영하의 번역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독 내가 그 당시 읽었던 책에는 ‘황금소리가 나는 데이지’라는 부분이 매우 많이 언급되어 있었다. 최고를 원하면서도 그 이상의 뭔가를 알고는 있는 여성, 그러나 결국엔 그 알고 있는 걸 무시하고 바보가 되는 척 하는 삶을 선택한 인물. 이 인물이 자신의 아내 젤다의 성격과 비슷한건가 싶기도 했다. 찾아보니 젤다라는 여성은 예술적 감수성이 높은 여성이었으나 보통 여성처럼 결혼으로 안정된 삶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젤다 또한 글을 잘 써서 이 책의 저자 피츠제럴드와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이 부분은 전에 읽었던 ‘여명’이라는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콜제트’라는 프랑스 작가 삶과 매우 유사하다. 피츠제럴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죽고 젤다는 그녀가 머문 정신병원에 불이 나 죽은 8명의 환자 중 하나가 되었다.

자신이 쓴 책을 남편 이름으로 출판해야 했던 작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콜레트>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같이 글을 쓰는 동료들과 ‘문학 탐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읽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때, ‘툰베리의 금요일’이라는 책을 읽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같은 시기 발간된 빌 게이츠 책을 읽게 됐다.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넷플릭스의 빌게이츠 다큐를 봤다. 그 안에서 빌 게이츠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라는 말이 있었다. 이후 공교롭게도 두 부부의 이혼 소식이 전해졌고 그 안에는 빌 게이츠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유명한 앱스타인이라는 인물이 친분이 있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를 보고 넷플릭스의 앱스타인이라는 다큐를 보니 그는 마치 실존하는 ‘위대한 개츠비’같은 인물이었다. 그랬다. 그가 항상 밤마다 파티를 열 수 있는 멋진 저택을 가졌으며 많은 유명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했지만 그의 과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딥스테이트,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 비밀 조직과 연관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이 또한 넷플릭스에서 ‘프리메이슨’이라는 다큐를 보고 비로소 우리와 함께 파티를 열고 연락을 나눴던 영국에 있을 때 이웃 분들이 프리메이슨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원복이 쓴 ‘먼 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보면 보란 듯이 ‘미국은 프리메이슨이 세운 나라’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 전제로 이 책을 바라보면 뭔가 보인다. 일단 상류계층은 지배층으로서 프리메이슨 관련된 집안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데이지와 그의 남편 톰 부캐넌은 영국에서부터 온 전통적인 프리메이슨 가문일 수 있다. 특히 지금으로 치면 운동 특기자 전형으로 명문대에 들어간 톰이 언급하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가 꽤나 들어있다. 톰은 시카고에서 왔다. 그가 읽었다는 책은 인종의 우수성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이 언급될 당시 시카고에서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거센 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의 운명을 가를 시내에 가기 전에 나눴던 가벼운 대화에서는 지금 시급하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톰이 한다. 물론 심각하게 듣지 않는 성격 탓에 날씨가 더워지는지 추워지는지 모르는 걸로 끝나지만.

그러면 개츠비는? 나는 개츠비 또한 비밀조직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데이지에 빠져 있지 않고 그가 원래 그가 행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 했다면 그 또한 톰 뷰캐넌을 뛰어 넘는 새로운 지배층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다. 개츠비를 키워 주었던 어둠 세력인 ‘마이어 울프심’은 자신 있게 그런 얘길 했다. “개츠비는 아주 바른 사람이라 다른 아내를 탐내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을 사람이지.”라는 말을 하고 그가 죽자 그와의 연결고리를 깔끔하게 제거해 버린다. 그가 마지막 한 말대로 그는 최소한 개츠비가 살아있을 때 우정에 충실했다.

프리메이슨 등을 찾아보면 무시무시한 내용도 있다.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자신은 그런 일을 하기에 내 양심 냉장고가 고장났다는 말을 한다. 다른 사람은 그들이 벌이는 범죄를 쫓아 해결해 왔고 그건 국민의 안전을 해치기 때문에 자신은 끝까지 그들 세력이 위협을 주는 범죄를 잡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매우 큰 지도를 보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빛이 가려면 그림자 또한 어쩔 수 없이 따라 가는 것 아닌가. 그러기에 모든 걸 다 알게 되면 그들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개츠비는 믿었던 것이다. 자신이 믿었던 사랑이 스스로 생각했던 그대로 완벽했길. 그렇기에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림자를 담당했던 그도 결국 냉장고가 고장나 세상에 나쁜 면을 알리는 숙명을 맞이하였고 이 세상을 선하다 생각하는 긍정적 경찰은 그들의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세상은 완벽할 수 없다. 톰 뷰캐넌은 자신의 천박한 내면을 표출하기 위해 수리공 윌슨 아내가 아닌 또 다른 원래 자신에게 맞는 순박한 사람과 다른 사랑에 빠질 것이다. 내면의 순수한 사랑 대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삶을 선택한 데이지는 결국 그렇게 행복한 척을 하며 속만 섞이며 그렇게 살다 죽을 것이다. 실제 작가 제럴드의 아내 젤다 처럼 미쳐서 정신병원에 갈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개츠비같은 앱스타인을 한때 친구로 뒀던 빌 게이츠로 돌아가 보자. 그와 그의 전처는 이 책 어느 부분에 감명을 받은 것일까? 성공을 위해 사랑을 유예하고 또 결국 얻으려 노력했던 개츠비의 바지런함이 그들 마음에 다가왔을까? 아니면 데이지와 뷰캐넌 부부처럼 겉으로만 보이는 행복함이면 족하다는 그런 삶이 마음에 들어 겉은 번지르르하고 속으로는 자유연예를 하자고 둘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살 때 번지르르해서 온갖 사람들의 칭송을 듣다 결국 죽을 때 아무도 안 오는 그런 삶을 꿈꾸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그 당시 상황과 현재 이 책을 좋아하는 유명인사의 생각을 결합하며 이 책을 읽으니 조금 위험하지만 더 재밌었다. 1900년대 미국이 나와 관련 없는 옛날 옛적 머나먼 나라의 서양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내일이라도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비유와 수식으로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개츠비의 성격이었다면 데이지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는 성공했을 것이다. 데이지 또한 제대로 사람을 볼 줄 알고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의 해결책이 잘못됐던 것이다. 개츠비는 겉에서 보이는 화려함과 당당함으로 그 사랑을 어필하려 했다. 데이지 또한 끝까지 개츠비를 기다리지 못했다. 그건 자신의 아름다움이 유효 기간이 있다는 사실과 남들이 보기에 화려하고 괜찮은 여성이라는 증거를 계속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화려함보다 내면의 외로움이 더 끔찍하다는 사실을 톰과 5년의 삶을 통해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에 반해 화려한 외면을 위해 5년 영혼을 팔았기에 개츠비는 절대 이 화려한 외면을 버리고 도망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개츠비가 데이지가 5년 전 그대로 자신만을 생각해 주는 그 순간인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는 5년 동안 어떤 사랑과 감정을 멈춘 채 오로지 상류 사회에 올라가는 일에 모든 걸 바쳤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려져 있던 5년 동안 데이지는 평범하게 희노애락을 느끼며 사람으로서 살아갔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데이지는 개츠비였으면 하는 그 물아일체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 시작은 청량한 사랑이었으나 어느새 집착으로 변질된 사랑이었다. 점점 계급도, 지구도, 인류도, 생명체도 그 벽이 없어지고 있다. 벽을 넘어가려고 하다 떨어져 죽어버린 이 불쌍하지만 너무도 용감했던 한 사람 개츠비.

“사람이 죽은 일에는 웬만하면 끼어들고 싶지가 않아. 빠져 있는 게 좋아. 젊었을 때야 안 그랬지. 친구가 죽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했소. 감상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심이었어. 어떤 험한 꼴을 보더라도 끝까지 갔소.”
그가 나름의 이유 때문에 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걸 깨닫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학은 나오셨소?” 그가 불쑥 물었다.
잠시 동안 그가 모종의 ‘껀수’를 제안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악수를 나눴을 뿐이었다. “우정은 살아 있을 때 보여주도록 합시다. 죽은 뒤에 말고.” 그가 말했다. “내 원칙은 이렇소. 죽은 뒤에는 만사를 그냥 내버려두자.”(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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