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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두건 Apr 06. 2024

예전만큼 힘들진 않아. 근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어?

 최근 새로 생긴 좋은 친구가 있다.

 요즘은 친구 및 지인을 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내 마음에 손님이 드나든다. 말없이 사라져 버리는 사람도, 내가 끊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손님은 고맙게도 나와 잘 맞는다. 내 마음속 정자에 들어앉아 지나는 바람을 느끼며 매일 한 번쯤은 댕- 댕-. 종을 울려준다. 3교대로 바쁘게 사는 친구지만 나와의 시간을 즐거워해 주고,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 주며 내가 활기차게 지낼 있도록 함께 퀘스트까지 내주는 씩씩하고 다정한 사람.


 그로 인해 올해 2024년의 계절별 미션이 생겼다.

첫째, 각자의 일주일을 담은 일기를 온라인에 포스팅해 매주 확인하기.

둘째, 6월까지 책 한 권을 읽고 PPT를 만들어 발표하기.

셋째, 여름에 수영장이 딸린 풀빌라에 가서 바다를 보며 놀기.

넷째, 가을에 수목원 가기.

다섯째, 겨울엔 집에서 따뜻하게 보내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1, 2번의 미션에서는 어릴 적 교환일기를 나누던 친구가 떠오른다. 노란 줄무늬 반팔이 잘 어울리던, 키가 불쑥 컸던 엉뚱한 단발의 친구.

 올 한 해를 즐길 계획을 세우는 3~5번에서는 기간제 베프였던 그가 생각난다. 우리 언제는 이걸 하고, 저때는 저걸 하며 같이 보내자. 그렇게 같이 살자. 약속했던 사랑.

 비록 그처럼 내내 함께 해줄 순 없지만 나와의 한 해를 선뜻 계획하며 나는 너와 1년을 이렇게 보낼 거야,라는 다정한 약속을 건네는 친구에게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떠오른다. 나와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끝자락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는 사람. 힘겹게 견디고 있는 나의 또 다른 소중한 사람이. 내가 죽지 않을 이유가 되어 주기도 했던 그 사람은 요즘 꽤나 연락을 자주 한다. 평소처럼 약을 먹지 않고 있대도 조금 안심되는 이유는 그 때문일까. 나는 언제나 그가 부르기만 하면 냉큼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기약 없어 보일 기다림이, 조바심이 잦은 내게 그래도 괜찮은 것은. 결국 그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믿음이 있기 때문. 아니, 근거가 없다기엔 우린 이미 서로를 향한 사랑을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에 괜찮은 걸지도. 그는 내게 'Love wins all' 같은 사람이다.






 

 하루, 혹은 일주일을 담은 일기를 쓰기 위해 일기 앱이나 브런치를 켜면 멍해진다.

나는 요즘 뭘 하고 있지? 지금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예전만큼 힘들거나 죽고 싶진 않아.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사는 날이 오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가치관을 형성하던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나? 어쨌든 그것이 지금 이리라고는, 그것도 지난 사랑에 대한 상처에 어쩔 줄 몰라 나를 내던지는 식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주변에게는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 솔직함이 주 무기이던 나는, 최근 친구라는 이름을 쓴 사람들에게 조언 내지는 충고를 덧쓴 날카로운 비수를 많이 맞았다.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내 생활을 일일이 보고하고 검사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불합리하다는 것.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고 치료 및 휴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올해 상반기는 어느새 도파민으로 얼룩졌다. 지겨운 하루하루를 그저 견뎌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오늘은 또 뭐 하지. 오늘 나랑 연락해 줄 사람이 있을까. 그 누구라도 나를 원해줄까.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왜, 무엇으로 보내고 있지.


 주변에 자주 거짓말한다. 다 친구라고.

 또 새로운 이에게 거짓말한다. 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러다 결국 툭 튀어나온 진심.


 누가 날 좀 구해줘.

 누구든 이 굴레 속에서 나를 좀 꺼내줘.


 비참하게 눈을 감은 끝에 떠오르는 건 결국 또 너의 환한 얼굴.

 같이 웃고 평범했던 날들.

 안온함에 행복하던 낯선 감각.


 나서서 불안정을 재촉하지 않아도 언제든 올 불행이었는데 평생 행복해 적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밀어내던 날들. 지나고 나니 다시 사무치게 그리운 날들.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향해 함께 가줄 사람이 다시 나타날까? 다들 혼자서도 괜찮아야 한다고, 혼자서도 행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안돼. 아직 모르겠는 걸, 용기가 없는 걸.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게 되는 매일.


 보검이 문수보살을 부르듯(웹툰 '극락왕생' 中) 명징하게 눈앞에 지혜의 길이 펼쳐지면 좋으련만. 최고 지혜의 보살조차도 한동안 보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나 같은 중생이 뭘 알 수 있을까. 파순의 말대로 그걸 다 안다면 내가 보살이겠지.


 죽음이 나를 부르기를 멈추니 그곳을 향하던 나는 길을 잃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가던 지옥길마저 되돌아본다.


>차라리 죽고 싶을 때가 나았어.

>>정말로?


"... 아니. 그럴 리가."라는 답을 해줬어야 했다. 나에게라도 해야 했다.



최근에 알게 된 곡 나카시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 마음먹었던 것은'의 가사를 첨부하며 이번주를 마친다.


오로지 죽을 궁리만 생각하고 마는 것은
분명, 산다는 것에 너무 진지한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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