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험을 판매하다

해외여행 좋아하는 사람의 직업

by 손예림
브라질 여행, 슈가로프산 케이블카


인생을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충만해졌을 무렵 나는 퇴사를 했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나의 수고로움과 권태로움을 회사와 몫을 나누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로만 유입되기를 바랐다. 아직은 졸업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전이었고, 잠시 쉼표를 두들기고 있는 처지인 휴학생인 나. 그렇기에 퇴사라는 게 비교적 쉽지 않았을까 쉽지만, 한 가지 상황도 수 백가지 모양으로 쪼개서 고민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한지라 퇴사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잘만 다니고 있던 대학교를 느닷없이 휴학하고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볼 테야!'라는 패기로 사회에 나왔다. 하지만 사회는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와 서비스는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른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되었다. 나 역시 하나의 상품이었고, 누군가에게 가치를 제공해야지만 재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존재였다.


내가 그나마도 팔 수 있는 건 '여행 경험'이었다. 인생이라는 책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여행이다. 여행이라면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한 단락 정도의 분량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또래에 비해 꽤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편이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 덕분에 나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여러 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여행의 중요성을 꽤나 실감하고 있던 터라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낭만적인 꿈 목록에 있기도 했다. 그렇게 꿈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정리해나가던 중 무슨 배짱이었는지 몇 년 전 스펙을 만들기 위해 취득했던 '국외여행 인솔자' 자격증을 꺼내 들었다.


나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구속받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여태껏 자유여행만을 편식해왔다. 같은 시간 안에서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으로 채우고 싶어 했는데, 때로는 그게 그 부작용이 되어 욕심에 짓눌리기도 했다. 그러므로 쉼표의 기간에 들어온 이 시기에 내 여행 욕심은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에 보탬이 되는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나의 시간을 채우는 여행자가 아니라, 타인의 시간을 꾸며주는 여행 인솔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이력서 상에서만 존재했던 '국외여행 인솔자' 자격을 나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첫 출장으로 남미 인솔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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