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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함 May 28. 2023

처음 본 남자랑 정글데이트 간 썰

[제6편] 프랑수아와 보낸 72시간


드디어 매직 트라이앵글의 세 번째 꼭짓점 프랑스 히피 프랑수아에 대해서 쓴다. "매직 트라이앵글"의 개념이 생소하거나 다른 두 꼭짓점 (1) 네덜란드 디지털 노마드 트여르크 또는 (2) 인도계 영국인 수학선생 헤먼트 얘기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확인해주세요.


매직 트라이앵글 글 썸네일



프랑수아의 기본 프로필

금발, 파란 눈, 흰 피부와 단백질로 다져진 몸이 톰 히들스턴을 꼭 닮았다


국적: 프랑스

나이: 87년생

직업: 대학교 경제학 시간강사 (라고 하나 불분명)

해시태그로 보는 특징: #낭만적히피 #ENFP #바게트 #미슐랭감별사 #오쀼땅 #약쟁이            



프랑스인의 오만과 편견?

세 번째 꼭짓점인 프랑수아는 호치민에서 4년째 거주중인 프랑스 남자다. 국적에 따른 편견/일반화는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지만 프랑스와 관련해서는 극적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나라를 불문하고 프랑스 제외 전 세계인들이 하는 농담 중 하나: 신이 프랑스를 만들 때 아름다운 자연환경, 날씨, 예술, 언어, 비옥한 토지와 풍요로운 농산물 등 모든 것을 최고의 퀄리티로 줬지만 단 한 가지 깜빡하고 신경쓰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프랑스 사람들의 인성이다. 독일에서도 미국에서도 저자가 접한 프랑스인들은 자기들끼리만 뭉치며 극강의 자부심과 오만함을 온몸으로 풍기고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끄러웠다.


파리(Paris)만 보아도 그렇다. 유럽 곳곳에 아름다운 도시가 많은데 왜 굳이 파리를 찬양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못생긴 철물 구조물 하나를 상징으로 (에펠탑 말하는겨) 불친절한 사람들과 오줌 냄새가 자욱한 음침한 도시가 왜 낭만의 도시라고 불리는 것인지.. 유럽에 살면서 파리를 세 번째 갔을 때에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파리만의 낭만을 번화가 안쪽 뒷골목 작은 가게의 불빛에서 느꼈다. 프랑스는 분명 낭만이라는 단어와 연관성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나의 이성과 사고방식은 독일인에 더 유사하지만 나의 감성은 프랑스와 밀접하다는 것을 프랑스 일렉트로닉 음악(Roche Musique 레이블 아티스트 다 좋아함)을 접하면서 깨닫게 됐다.


프랑수아를 만나기 몇 주전, 어느 외국인 지인이 여태껏 만난 모든 전 세계 남자 중 프랑스 남자가 최고의 사랑꾼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내가 그 말을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프랑스인 맞으세요?

금요일밤 어느 루프탑 바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금발을 꽁지머리로 묶은 것은 히피족 같았지만 단정한 그의 남색 폴로 셔츠는 지극히 프랑스인 같았다. 몸이 굉장히 단단했다. 벌크업 된 헬창 비주얼이 아니고 한 10년은 권투를 한 것 같이 정말 다부지게 각잡힌 몸이었다. 그는 분명 프랑스 억양이 있었으나 결코 내가 만나온 프랑스인 같지 않았다. 굉장히 자유롭고 유머러스하고 쿨한 인상을 풍겼다. 반프랑스인 반스페인인라고 하면 믿을만큼? 실제로 그는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오랜 기간 세계 곳곳에 거주했어서 프랑스물이 많이 빠졌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티키타카 대화가 잘 맞았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증명하듯 그는 특수제작 담배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유럽 같이 담배가 비싼 곳에서는 손수 토바코잎을 사서 말아서 피는 사람이 많다. 근데 이 냄새는.. 토바코 냄새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는 워낙 대마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한테 강요만 안 한다면야..! 뭐!



프랑스인 맞군요. 미슐랭 감별사세요?

우리는 기분 좋게 취해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호치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면 거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Khoai 펍에 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펍 컨셉으로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잡다하고 기괴하게 설치된 공간이다. 힙하다고 보면 힙할 수 있고, 그냥 철물 쓰레기점이라고 보면 그렇게도 보일만한 곳이다. 프랑수아는 이 펍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자전거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나의 쪽으로 돌리고 키스를 했다. 우리의 첫키스에 그는 지극히 프랑스인 같은 추임새를 넣었다. 음~ 오우~ 으흠~ 마치 미슐랭 감별사가 음식을 맛보듯..! 아니 내가 무슨 대단한 키스 기술을 선보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추임새를 넣을 일인가 싶긴 한데.. 그냥 그런 반응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키스가 만족스러웠던걸까? 그는 만난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은 나에게 파격 제안을 한다.



"이번 주말 계획 뭐해? 나랑 떠나자! 어디 갈래? 푸꾸옥 갈래 우리?"



푸꾸옥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멀리 있는 곳이었다. 내가 망설이자 그는 좀더 만만한 제안을 했다. "아니면 여기서 오토바이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맹그로브 정글 속 벙갈로우 숙소를 알아. 거기에 가자. 나랑 같이 주말 내내 함께 하자." - 미친 제안이었지만 몹시 매력적이었고 낭만적이었다. 가끔 나는 이런 위험한 도전에 도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이 그러했다. 나는 그저 나의 직감만 믿고 이 모르는 프랑스인과 내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 함께 하기로 했다. 호쾌한 미소를 띄며 그가 말했다.



"나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딱 1시간만 허락할테니 언능 여행짐 싸오도록"



그의 박력에 코피가 터질 지경. 짐을 싸고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이어폰 한 쪽씩 나눠낀 채 흥겨운 라티노 음악을 들으며 도로를 질주했고, 운전 중간중간 신호가 바뀔 때마다 끈적끈적한 비트에 맞춰 서로를 어루만지며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정글로 향했다.






역사상 가장 긴 첫데이트 - 정글 속에서의 72시간

평평한 논밭 위 붉게 하늘을 물들어가는 석양 그리고 저 멀리 불지피는 냄새. 도시를 벗어나 맹그로브 정글의 홈스테이 벙갈로우에 가는 길은 공기가 달랐다. 처음 보는 이 남자와 하루만에 내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오다니.. 그와 함께한 첫데이트는 영화 속 같았다. 우리는 벙갈로우에 도착해 맹그로브 정글 숲 속 피어난 연꽃을 보며 그동안의 연애관과 인생관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통기타 하나를 발견했고, 나는 내가 작곡한 조용하고 씁쓸한 감성의 노래들을 그의 앞에서 불렀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굉장히 진지하게 내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어둑한 밤이 되어 벙갈로우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어떤 세속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체 모를 곤충들과 개구리 우는 소리 그리고 그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곳에서 마치 우리는 이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밤을 보냈다. 그와 보낸 밤은 가히 역사적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역사적이었다. 설명되지 않은 해시태그가 그것에 대한 힌트다.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세한 사항은 19금 글이 될 것 같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는 지쳐 잠든 나를 온갖 사랑의 제스쳐로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것은 단순 성적인 제스쳐가 아니었다.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어루만짐이었다. 나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뺨과 피부 표면을 손가락 두 번째 마디의 등과 손가락 끝을 번갈아가며 훑어갔다. 담배연기의 몽롱함 속에서 그는 이보다 더 소중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몇시간이고 어루만져 주었다. 섹스는 단순 육체적 희락이 아닌 영혼과 영혼의 신성한 교류라고 속삭였고, 그의 동공은 내 동공 깊은 내면까지 뚫어 지긋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벙갈로우에서의 하룻밤이 끝나 도시로 돌아오고 나서도 그는 나와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결국 주말 내내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우리는 별 시덥지 않은 주제로도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에서는 남녀가 "토른을 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상황으로 인식될 확률이 높은데 유럽에서는 토론이 되는 사람이 흥미로운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는 기독교는 아니지만 사랑의 정의에 대한 성경구절이 너무 좋아서 반복해 읽는다며 내게 구절을 읊어주었고, 우리는 그 의미가 무엇일지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토론했다. 그렇게 그와의 72시간이 흘렀다.








그 이후로도 프랑수아는 캐주얼한 관계를 고취하던 트여르크나 헤먼트와는 다른 면모를 계속 보여줬다. 어떤 부분에서 달랐는지는 다음 편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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