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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09. 2023

짓는 마음으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하는 마음이 아닌 짓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목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어떠신가요? 오늘 하기로 한 목요일의 루틴 벌써 잊으신 건 아니시죠? 오늘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목요일을 풍부하게 만드는 여러분이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같은 선상에서 저도 목요일의 루틴으로 잊지 않고 브런치를 발행합니다.


엊그제는 발표수업을 위한 자료 탐색을 위해 도서관에 방문을 했는데요. 자료실로 가다가 벽면에 레터링 된 문구가 가슴에 확 들어왔습니다. 명언가로 잘 알려진 윌리엄 서머셋 몸의 글이었는데요. 바로 이 글입니다.  

도서관에 적힌 명언 한 구절


내가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읽는 것 같지만
가끔씩 나에게 의미가 있는 대목
어쩌면 한 구절만이라도 우연히 발견하면
책은 나의 일부가 된다.

뭔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늘 실용을 위해 전공서적만 골라 읽는 나에게 던지는 말 같았거든요. 책이 나의 일부가 된다니. 나의 일부가 되는 책을 찾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거창하게 나의 일부가 아니라 가끔씩 의미 있는 대목 한 구절이라도 발견하면 된다니 부담도 적었고요. 그래서 한 권 슬쩍 찔러 넣기를 해봅니다. 그래서 당첨된 책은 디오니소스가 지은 시카고 플랜이라는 책입니다. ‘삼류를 일류로 만드는 인문학 프로젝트’입니다. 부제가 엄청 거창하네요. 자세히 살펴보니 고전에 관한 책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으로 시작해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까지 총 6개의 장에서 인류의 보고라고 불리는 고전들을 죄다 다루고 있습니다. ‘한 권으로 인류의 고전을 모두 섭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려고 합니다. 총 367페이지로 사실은 각 고전의 핵심만 다루었겠지만 말입니다. 열심히 읽고 나면 자연스레 다음 발행 글에 소감이 담길 테지요.  

제주는 지금 귤농사 수확이 한창입니다.

11월 제주에는 조생이라는 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조생은 귤의 한 품종인데, 다른 귤보다 빨리 성숙해서 일찍 수확하는 귤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10월부터 수확하는 극조생과 11월부터 12월까지 수확하는 조생, 그리고 12월 이후 수확하는 만생으로 구분됩니다. 저도 귤농사를 짓지는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변에 귤밭을 가지신 분들의 말을 귀동냥으로 들은 수준입니다.


왜 농사는 하는 게 아니고 짓는 것일까?

그러다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하지요. 한데, 왜 농사에는 ‘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하지 않고 ‘짓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하다’는 행동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동사로 앞말의 행동을 시키거나 앞말이 뜻하는 상태가 되도록 함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짓다’는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여 밥이나 집 같은 것을 만드는 것, 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한다’와 ‘짓다’의 차이는 일회성인 행동이냐 아니면 연속적인 과정이냐의 차원으로 구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하거나, 또는 하다가 마는 것은 ‘한다’로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위해 진행되는 과정은 ‘짓다’로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밥을 짓는다 ‘,‘집을 짓는다’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밥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 쌀을 준비하고 씻고 앉히고, 뜸을 들이는 과정이 이미 포함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짓다’라는 말이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정성스럽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글도 짓는다고 표현하더군요. 글도 짓는 것이었습니다.


짓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하루하루는 어떻습니까? 단편적으로 구분되어 단절된 24시간을 반복해서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어떠한 결과를 위해 매일매일을 과정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저는 인생이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짓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오늘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하루가 지어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하루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것이 지나가다 들른 것이든, 제목이 궁금해서 클릭해 본 것이든 아니면 저를 알아서 읽는 것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글이 당신에게 닿았고, 당신이 이 목요일을 특별하게 만들어보고 싶으며, 제가 당신의 목요일이 짓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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