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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16. 2023

이기적인 삶을 살아볼 용기

제2의 정다은 간호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안녕하세요. 오늘도 목요일이 밝았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눠보고 싶은 인문학 한 줄은 '마흔에 읽는 니체'라는 책에서 가져온 한 문장입니다. 오늘은 이 책뿐만 어제 본 넷플렉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이야기를 섞어 풀어보려고 합니다. 


목요일에 읽는 인문한 한 줄

 

모든 삶의 순간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니체


어제저녁 아내가 보는 드라마를 옆에서 살짝 보았습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것도 아니고 끝까지 볼 자신도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지만, 인상 깊었던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신병동 간호가로 근무하게 된 극 중 정다은(박보영)이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는 스토리 전개였습니다. 정신병동 간호사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환자가 되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 캡처 ⓒ넷플릭스

 다은은 원래 내과 간호사였지만 정신과로 옮겼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신과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추천 때문이어었지만 실은 환자들에게 진심인 다은의 성격 때문에 오히려 일이 더 늘었다는 동료 간호사들의 험담을 우연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동료들의 험담을 듣게 된 다은은 불안 증세를 얻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다은의 성격 덕분에 정신과에서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오히려 좋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신과에 오기를 잘했어'라고 생각하던 다은이 어떻게 입원을 하게 된 것일까? 다은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삶은 늘 친구 우선, 가족 우선, 타인 우선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늘 남이 우선인 사람들

다은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실은 다은과 같은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다은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먹고 싶은 음식을 포기하는 이유는 '친구의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이 돼서'입니다. 나는 이걸 먹고 싶은데 친구가 저걸 먹자고 하면 굳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네'라고 받아들이는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내가 충분히 에너지가 있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있음에 세상은 더 살만하고 따뜻해지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에너지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소진'이라는 것을 경험합니다. 막상 에너지가 소진되고 나면 이리저리 남에게 끌려 다니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또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는 남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마 다은도 이러한 상황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에서 나타납니다. 늘 자기의 생각만 주장하는 친구와 가족에게 "사실 나는 그거 하기 싫어, 예전부터 하기 싫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관계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동안 (실제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배려하고 양보하고 맞춰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의사표현에 대해 '변했어', '낯설다'는 말로 돌아오니까요. 그게 사실 가장 두려운 부분입니다. 


드라마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다은에 대한 의사의 처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가벼운 수준에서 거절해 보기, 둘째, 칭찬일기 써보기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아주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병동 요가 시간에 다은이 앉은 창가 자리에 다른 환자가 와서 "내가 여기서 하고 싶어요. 여기 제 자리예요"라고 말했을 때 평소의 다은이었다면 '알았어요'하고 양보했을 텐데, 처방을 받은 뒤 다은은 "나도 여기서 하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지만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세요.라는 명쾌한 답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글에서는 그런 답은 드릴 수 없어요. 이유는 제가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기도 하고 저 또한 정다은 간호사와 아주 흡사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귀 기울이기

대신 함께 생각해 볼 것은 제안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인문학 명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니체가 말한 대로 우리의 삶은 늘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무시합니다. 특히 정다은 간호사와 같은 사람들은 더더욱이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저부터요. 조용히 시간을 가지고 삶이 나아가 하는 말을 들어볼 것입니다. 지금의 삶은 단편적으로 뚝 떨어진 24시간이 아니기에, 과거에서 흘러와서 오늘을 거쳐 미래로 향해가는 나의 삶이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봅시다. 오늘 하루는 조용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날을 보내면 어떨까요? 내 삶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지 조용히 들어봅시다. 


정다은 간호사의 처방 가운데 첫 번째 거절하기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칭찬일기 써보기는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일기를 써보는 일은 있었지만 나 자신을 칭찬해 본 적은 있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어색하기만 하네요. 하지만 조용히 내 삶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나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순간에 대한 칭찬을 찾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제2의 정다은 간호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살아볼 용기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 저는 이기적으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인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의 짧은 한 편을 공유하고 나서 정다은이 꼭 나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내다 보니 제 마음도 꽤나 황량해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신과를 감기 걸렸을 때 내과 가듯 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삶에 귀 기울이고, 나를 칭찬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떠세요? 당신의 목요일이 특별하기를 바라는 진심을 꾹꾹 담아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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