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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07. 2020

진로 방해 관리자

리더십        이렇게 경영하면 회사 문 닫는다

기업에서 상하 피라미드식 수직구도는 불가피하지만, 직급의 벽은 소통을 방해한다. 켈(Kel)의 법칙에 의하면, 계층이 한 단계 멀어질 때마다 심리적 거리감은 제곱으로 커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상사는 수직 계층에서 생기는 소통의 손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보여서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상품이 유통되는 단계마다 부가가치를 만들어 비용을 충족하고 마진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저성장,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수직형 모델은 수평으로 바뀌고 있다.  조직의 상하  계층도 압축되어 관리자 자리도 줄어들었다. 이에 비례하여 관리자가 직접 상대해야 하는 부하의 수는 많아져 이래저래 관리 부담은 커진다. 지시와 정보를 정제 · 압축해서 부하들을 설득해야 한다. 실무자를 감독하는 일보다 전략기획, 자원 분배,  문제 해결 등  관리자 고유 업무의 비중이 늘어났다. 결재 도장만 움켜쥐고 뒷자리에 앉아서 지시를 하달하고, 결과를 보고하며 위아래 교통만 정리하는 관리자는 괜히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소통의 진로만 방해할 뿐이다. 부가가치가 없거나 아예 마이너스인 유통 단계란 얘기다.  밥값 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현장에서 실무자가 일일이 관리자의 지시와 승인을 받고 대응하다간 날 샌다. 의사가 위암 수술하다 말고 병원장실에 가서 위를 얼마나 절제할지 승인받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실무자에게 재량권을 위임하고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관리자는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조직의 구도가 수직 위주에서 수직/수평 혼합형으로 바뀌고 있으며, 수평조직에서는 위임과 자율로 관리 부담을 줄여서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수직 구도에 길들여진 하급자가 오히려 수평한 조직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회의나 회식을 할 때 자기 서열에 맞는 자리를 귀신같이 찾아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필자가 일하던 유럽 회사에서는 회의에 늦게 들어온 그룹 부회장이 앉을자리가 없어 구석에 있는 보조의자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류는 ( 공직사회뿐 아니라) 위계질서의 사다리에서 자신의 '칸'을 철저하게 의식하고 있으면서, 역할을 그 위상에 맞게 절제한다. 정돈된 전체의 맥락에서 튀지 않게  몸가짐을 단속하는 자세는 자기 분수를 아는 품행으로 미화되어 왔다. 아주 가끔은 그 질서에 저항하고 싶은, 숨겨진 야성이 고개를 쳐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야성은 만용으로 격하되고 곧 소멸된다. 아이에게 '멕일' 뜨거운 밥만은 지켜야 하는 절박함이 다른 가치에 우선한다. 신분제 사회에서 위계의 맥락을 깨는 행동(그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을 거역, 패륜 따위로 낙인을 찍어 가혹하게 응징했던 내력이, 오늘날까지 우리의 행동을 순順방향으로만 정류整流하는 다이오드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 그리고 의식의 전환으로 얼마나 언제나 바뀔지 아득하다. 




전에 유럽이나 미국의 거래처 회사 조직이 복잡해서 설명을 부탁해 듣고 나면 더 혼동이 되던 기억이 있다. 우리처럼 위아래 피라미드식으로 깔끔하고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고, 좌우로, 사선으로 그리고 점선까지 얽혀서, 정말 공부해야지 이해가 되는 수준이었다. 수평조직은 복잡하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인재는 수평적이고 입체적인 조직에서 발굴된다. 감시 감독형 관리자의 설 데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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