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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pr 20. 2021

공공건물의사치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성남시 청사



지방을 여행하다 산기슭에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도청 청사인가 하면 군청이고, 군청인가 하면 면사무소다. 우리나라 관청은 위용을 자랑한다. 대개 높은 곳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은 우러러보며 걸어 올라가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건물주'에 대해 존경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시민의 접근성을 우선으로 고려한 서양의 공공 건축물과 비교된다. 전에는 민간 시설에 비해 검소했던 공공건물들이 요즘은 지었다 하면 눈이 부시도록 번쩍거리며 화려하다.


강철로 기둥을 세우고 벽을 통유리로 에워싸는 방식의 고층건물이 눈에 많이 띈다. 유리벽 glass curtain wall 공법 건축인데 유리 궁전이라고도 한다. 여의도 63 빌딩이 도입한 이래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겉 멋에 많은 사무실 건물이 따라 했다. 공공건물도 뒤지지 않았다. 서울시청, 성남 시청, 용인시청, 관악구청, 마포구청, 성동구청 따위 이루 셀 수 없는 지자체 청사가 그랬다.


수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이 거대한 유리 궁전이 여름이면 찜통으로 변한다. 식물원이나 비닐하우스처럼 뜨거운 햇빛이 유리창을 뚫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유리 외벽이 여름철에는 복사열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서유럽에서도 커튼월 빌딩을 많이 짓지만 맑은 날이 많지 않고 냉방보다 난방 에너지 소비가 많은 지역이라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에너지의 40%를 주택을 포함하는 건물이 소비한다고 한다. 자동차 연료 소비를 뛰어넘는 숫자다. 그중에 40%가 냉난방 용이다.




분야별 에너지 소모비율 www.seas.ucla.edu                                    건물의 에너지 소모 비율 www.researchgate.net



공공 건축물을,

엄청난 세금을 써서,


1)  필요 이상의 큰 규모로,


2) 비까 번쩍한 유리 궁전처럼 지어 놓고,


3) 식히고 덥히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데,


4) 통유리창으로 2-3 배의 냉난방비가 줄줄 새 나가더라는 얘기다.



지자체가 호화 청사를 짓는 명분으로 지방의 자랑과 랜드마크를 내세우기도 한다. 건물을 가지고 자랑으로 삼는 건 지자체 주민을 모욕하는 천박한 생각이다. 지금 시대에 콘크리트 덩어리의 크기를 가지고 품격을 따진단 말인가.


정부에서도 유리 궁전의 문제를 알고 규제를 하면서 당근책을 내고 있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아예 등외로 밀리는 공공 청사가 꽤 있다고 한다. 기관장의 의지가 관건이다. 내실보다 외관을 중시하는 싸구려 가치관에 경도된 이상 한동안 유리 건물은 늘어날 것 같다.


子曰: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사치하면 공손하지 않고 검소하면 고루하다. 공손하지 않은 것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것이 낫다.
논어 술이 편 / 낭송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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