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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 Oct 25. 2022

무엇이 잊히고 무엇이 남았을까?

강아지와 90일 미국 자전거여행 Day32~35


살아갈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음에는 무슨 일이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공중 곡예사>,  오스터



Day 32

브리스토 - 챈들러

59km



다음날 아침.




아침에 교대한 소방관들이 내게 안에 들어와샤워도 하고 화장실도 쓰라고 했다. 텐트가 있길래 남자인  알았다고 했다.


덕분에 마음 편히 화장실을 사용했다. 물이 필요하냐고 묻더니 500ml  4병을 주었다. 텐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소방관  명이 나오더니 먹을  사 먹는  쓰라면서 6달러를 주었다. 그의 이름은 찰스.

다른  명도 나를 계속 신경 써줬는데, 안에서 창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는지 내가 쓰레기가 들어있는 봉투를 집자마자 문을 열고 달려 나와 쓰레기냐고 물으며 봉투를 가져갔다. 출발하려고 하니  귀신같이 알고 나와 인사를 했다.



오늘도 루트 66을 달렸다.



사이드미러는 뒤에 오는 보는 용도라기보다는 포키보기 위한 용도였다. 처음엔 포키뒤에  있나 불안해서 풍경감상할 여유도 없고 계속 신경 쓰였는데 이제 많이 편해진  같다.






포키가 무슨 생각을 할지 몹시 궁금하다. 나야  여정이 두 달 후면 끝난다는  알고 있지만 포키는 대체 집에 언제 갈지 알지도 못한  따라다니고 있는 만큼, 포키야말로   없는 운명에 몸을 맡긴  진짜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너도 행복했을까?



루트 66은 오르락내리락이 심하긴 한데 평지보다 미있는  같기도 하고, 오늘은 바람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속도를    있었다. 금세 서브웨이에 도착해 밥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챈들러에 도착해 시청에 가서 물어보니 공원에 텐트를 치면 된다고 해서 공원에 가서 텐트를 쳤다.



이곳은 연회장으로 쓰이는 공간인 듯했는데, 나름 눈에  띄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블루밍턴 호스트 켈리네서 만들어 먹었던 핫도그가 맛있어서 어설프게나마 따라해보려고 머스터드소스를 사서 들고 다녔다.


소시지를 구워 식빵에 올리고 머스터드소스를 뿌린 뒤 닥터 페퍼와 감자칩과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Day 33

챈들러 - 에드먼드

59km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소나기 확률이 조금 있고, 언덕이 예상된다.





결국 에드먼드까지 왔다. 캠핑장을 찾아갔는데 웬걸, 아르브이(RV)랑 자전거를 같은 요금을 받는다. 게다가 금요일이라 주말 가격인 25달러였다.


당시 나는 최대한 아껴 쓰는 것을 목표로, 아니 어쩌면 그것에 집착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딱 잘라 자전거도 25달러라고 하는 매표원의 말에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나 '매일 좋을 수만은 없지 않겠어, 좋게 생각하자. 캠핑장을 실컷 누리고 가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을 얼마나 아껴 쓰느냐가 중요한 건 아닐 텐데 너무 집착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먹고 싶은 거 먹으며 더 힘내서 풍경도 즐기고 생각도 하고 더 깊이 여행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포키도 나도 건강히, 무사히 도착했으니 이보다 더 기쁠 수 있을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인 듯했다.




모든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자.

그동안 너무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와서 나도 모르게 점점 사람들에게 호의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도 똑같다. 생전 처음 보는 나를, 불과 만난 지 1분 남짓한 나를 안아주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경계하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당연한 일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내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지.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할 거야.



왜 캠핑장에 오게 되었는지 알겠다. 바람이 매섭다. 텐트에서 잔 날 중 오늘이 가장 바람이 세게 부는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혼자 잤다면 무서웠을 텐데, 여기는 캠핑장이고 옆에 사람들이 있어서(비록 그들은 캠핑카 안에 있지만) 무섭지 않다. 잘했다.






Day 34

에드먼드 - 유콘

44km



 도시가 싫다. 이걸 언제 벗어나지 싶었다.  차가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가도 불평할 틈이 없다. 바로 정신 차리고 다음 순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 부는 4차선 도로의 내리막길에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된다.  순간 정신 놓았다간 죽을 수도 있을  같다.


차들이 나를 치고 가지 않기만을 바라고 바랐다.



오늘은 유콘에 웜샤워를 구했다. 짙은 초록색 지붕의 집에 스티브 부부와 10대 후반~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두 아들, 그리고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스티브가 이메일로 복잡한 오클라호마 시티를 거치지 않고 유콘까지 오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저녁으로 토르티야에 버섯, 가지, 파프리카, 양파, 닭고기 그리고 사워크림과 치즈, 과카몰리를 올려 먹고, 디저트로는 호두가 들어간 브라우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브라우니는 이후에도 종종 생각나곤 하는 맛이었다.







Day 35

유콘

휴식




포키와 아침 산책  아침으로 우유와 함께 와플과 과일 샐러드, 베이컨을 먹었다.


빨래를 돌리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눈을 좀 붙이다가, 포키 사료가 떨어져 스티브, 브린다와 함께 펫스마트에 다녀왔다.




오늘은 스티브와 브린다가 오클라호마 시티를 구경시켜 준다고 했다. 오클라호마 시티는 이곳 유콘에서 2~30분 떨어져 있다.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브릭타운(brick town)에서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보트하우스 지구까지 산책을 했다.



가는 길에는 랜드 런 모뉴먼트(Land Run Monument)가 있었다.


인디언 공동체를 해체시킬 목적으로 부족 공동소유의 땅을 개인에게 할당하고 남는 땅을 백인에게 나눠주었는데, 땅을 받길 희망하는 수많은 사람 중 누구에게 줄 것인가에 대한 대안으로 토지 선점 경주(land run)가 시행되었다고 한다. 1889년, 5만 명의 참가자가 일렬횡대로 말을 타고 선 뒤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일제히 출발하였고, 그중 1만 명이 말뚝을 박고 텐트를 쳐서 만들어진 도시가 바로 오클라호마 시티라고 한다.




시내 구경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가 미처 지나오지 못했던 루트 66길로 돌아서 갔다.


스티브와 브린다 둘 다 계속해서 뭐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챙겨주려고 했다.





기록에 점점 소홀해지고 있다.


무엇이 잊히고 무엇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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