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14. 열세 번째 날
비싼 소고기를 어머니 덕에 먹는다.
우리끼리는 아직 소고기 먹을 때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도 더 나이 들어 여유가 생기면 그때 소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이런 걸 청승맞다고 해야 하나?
점심식사
찐 양배추, 챠플(치즈+계란 와플), 아보카도소스
와플팬이 참 요긴하다. 반죽 대충 만들어서 구우면 끝. (그래도 주방도구들 늘리면 안 됨, 있는 것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ㅠ)
매번 밥과 반찬을 두고 드시던 어머니에게 이렇게 덩그러니 몇 개 안 되는 음식을 차려 놓으니 너무 없어 보인다.
간식 만들어 먹기
모처럼 달달한 간식에 어머니와 남편의 손이 분주하다.
크림 만든 게 남아서 처리 좀 해달랬더니 벌떼처럼 달려들어 여기저기 찍어먹기 시작.
그래도 사 먹는 것보다 만들어 먹으니까 훨씬 건강하겠지?
매번 만들기 귀찮아서 안 먹게 되는 것도 이득?
가정예배와 보드게임
이제 이런 가정예배와 보드게임도 끝이다.
다음 주부터는 출근이라 시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ㅠ
어머니가 푹 빠지신 게임, 스플랜더. 보석 토큰을 모아 저 보석 카드를 하나씩 전략적으로 사서 먼저 15점을 넘어야 한다.
실제 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이 보석들이 다 내 보석이라고 생각하니까 막 부자가 된 것 같지만, 난 매번 진다.
그냥 소비에만 의의를 둬야 하나...
저녁으로 소고기 굽기와 카레 만들기
이제 제법 소고기 굽기의 달인이 되어간다.
보조주방에서 카레도 후딱 만들기!
우리 집은 보조주방이 있어서 참 좋다.
집안에 인덕션이 있기는 한데, 가끔씩 가스불로 요리하고 싶을 때 뒤에 나가서 요리하면 집에 냄새도 덜 나고 좋다. 평소엔 잘 쓰지 않고, 이렇게 분주한 날 또는 사골 끓일 때만 쓴다.
저녁식사
소고기 스테이크, 양파구이, 리코타 치즈 양상추, 파프리카 샐러드, 김치, 카레
밥 없는 카레는 아직 좀 익숙하지 않으신 걸까?
굉장히 어색해하는 어머니를 위해 최대한 싱겁게(?) 채소를 많이 넣어드렸다.
“브로콜리를 밥으로 생각하세요~ 어머니.”
“브로콜리가 어떻게 밥이니?”
요리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해본 것도 아닌 그저 실험 정신이 투철한 며느리.
어머니와 건강한 음식에 대한 기준이 너무 달라 부딪히기도 많이 부딪혔다. 매번 설득하는 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기왕 2주 동안 해보기로 했으니까 읽은 책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말발도 안되는데 간신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확실히 나도 고작해야 내 몸에 실험한 게 다라서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 연세도 있고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때마다 더욱 책에 매달렸고, 말 그대로 글로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식탁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가끔은 불신하는 어머니나 옆에서 적극 지원을 안 해주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뭐, 살아온 방식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까?
그냥 여기까지 만이라도 따라와 주신 어머니께 감사할 따름이다.